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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호소 후 자살한 여성 대위를 위한 정의를 요구한다

“상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은 해군본부 소속 여성 대위가 최근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 당국은 해군 모 대령을 직속부하인 여성 대위를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해 26일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모 대령은 여성 대위와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술김에 그런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성 대위가 죽음으로까지 억울함을 호소한 만큼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 번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군 1만 명 시대라고 하지만, 여군들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상관이 회식 중 여군들을 ‘도우미’처럼 불렀던 사례를 언급한 바 있다. 2014년 군인권센터의 조사를 보면, 여성 군인 1백 명 중 19명은 성희롱을 당한 바 있고, 28명은 성희롱을 목격했다고 한다. 또한 2015년 백군기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여성 군인이 피해자인 군 사건은 모두 1백91건이었고, 그중 성범죄 사건은 1백24건(64.9퍼센트)이었다.

위선

그런데도 군 당국은 안이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최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런 말을 해서 빈축을 샀다. “제도적인 노력은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병영 문화까지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일은 어디에나 있다. 술 먹고 부대 밖에서 그러는 걸 어떻게 막나.”

2014년 성폭력 방지를 위해 도입한 “회식 지킴이 제도”는 한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고 회식 자리를 지키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무용지물이었고 범죄는 20퍼센트나 증가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군 당국이 군대 내 성폭력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신문〉 보도를 보면, 2010~14년 동안 여성 군인에 대한 범죄 1백82건 중 83건이 강간·성추행 등의 성범죄였는데, 그중 영관급 이상 피의자 8명 중 7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군대 내 성범죄 해결 과정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다. 2014년 군인권센터 조사를 보면,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대응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83퍼센트였고, 피해 시 대응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90퍼센트나 됐다.

성범죄에 대한 군 당국의 너그러운 태도는 합의 하에 동성 간 성관계를 한 A대위가 군형법 92조6에 따라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것과 대조된다.

군대의 본질을 생각하면 군대 내 성범죄가 줄지 않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폭력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구인 군대는 권위주의적 위계 체계 없이는 한 순간도 유지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사회의 다른 부문들보다 차별이 폭력 등 극단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기 쉽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지 말고 철저히 진상규명 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여군들도 차별받지 않고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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