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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아이들을 ‘줄 세우기’하려는 서울시 교육청

작년 12월에 초등일제평가를 실시하려다 교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없다”며 발뺌했던 서울시교육청이 결국, 1월 31일 ‘초등일제평가’가 포함된 ‘학력신장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대교·웅진닷컴 등 초등학교 학습지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사교육 시장의 번창을 예고하는 징표인 셈이다.

교육청의 논리는 매우 단순하다. 초등학생들이 “일제고사를 보지 않아 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수행평가’라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이젠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있다. 더구나, 교육청은 ‘일제고사’를 유도하면서도 어이없게 수행평가 강화와 창의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현재 학력이 저하됐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2003)에서 우리 나라 학생들은 문제해결력 1위, 읽기 2위, 수학 3위, 과학 4위로 40개국 가운데 종합순위 2위를 차지했다.

둘째, 학력신장은 ‘일제고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급당 아동 수 감소, 학습환경 개선,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 등이 더 절실하다.

셋째, 아동들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성취도는 담임교사들의 성적일람표에 모두 들어 있고 공개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는 성적 통지방법에 대한 연구로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PISA의 평가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흥미도와 자신감은 하위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질 주제는 일제고사식 시험이 아니다. 일제고사식 시험이 치러지면 성적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총점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게 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말이다.

평가는 아이들을 ‘줄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고 돕기 위한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한 인간으로서의 지적, 정의적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아동의 삶’인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경쟁을 통해 ‘몇 등 짜리’로 서열을 매겨 관리할 인적자원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자신의 삶의 소중한 주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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