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전면파업 주장이 국가변란 선전 · 선동이라는 검찰:
철도 노동자 이진영 씨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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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은 오후 6시를 넘기면서까지 진행됐다. 그만큼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치열했다. 재판에 앞서 법원 앞에서는 “‘노동자의 책’ 국가보안법 탄압 저지 공동행동” 소속 단체들과 민주노총,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전국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등 총 56개 단체가 이진영 씨의 무죄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진영 씨는 주로 1980~90년대 발간됐으나 절판된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모아 2002년부터 ‘노동자의 책’을 운영해 왔다. 그런데 경찰과 법원은 지난해 7월 느닷없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택을 압수수색 하더니 올해 1월에 결국 구속했다.
이진영 씨를 압수수색한 때는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과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불황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노동자들을 공격하던 시기였고 노동자들의 저항이 본격화될 조짐이 있던 때였다. 이진영 씨가 조합원으로 있는 철도노조는 9월말부터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 파업을 시작했다. 이 파업은 74일간 이어지며 박근혜 퇴진운동의 초기 성장에도 큰 구실을 했다. 이진영 씨는 결국 황교안이 대통령권한대행일 때 구속됐다.
이런 시기적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검찰의 이진영 씨 탄압은 일종의 보복
이는 지난해 파업이 아니라 2013년 민영화 반대 파업에 대해 한 주장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검찰이 이 주장들을 “불법 폭력 파업을 선동해 국가변란을 일으키려는 정황 증거”라고 한 점이다. 마치 1995년 한국통신 노동자들이 공기업 임금 가이드라인 철폐와 민영화 반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하려고 할 때, 김영삼이 “국가 전복세력” 운운하며 탄압했던 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방어하려는 투쟁, 사회의 더 많은 노동자
이미 검찰은 지난 5월 18일에 열린 재판에서 “한 사람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생애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진영 씨를 ‘신상 털기’할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검사는 철도노조 파업에 관한 것 말고도 ‘국가변란을 선전
“이진영 씨의 트위터 팔로워 중 이적단체 가입으로 처벌 받은 사람이 있다”, “’노동자의 책’ 관련 명단 1만 3천여 명 중에 국가보안법 전력자가 16명 있다”, “고려대 생활도서관 웹사이트, 노동해방실천연대와 노사과연 홈페이지에
객관적 증거가 아니라 검찰의 ‘내심’이 유죄의 근거인 셈이다! 방청석 여기저기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공개 코미디 방청석에 앉아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검사석 책상 위에는 이런 자료가 A4용지 박스 10개 분량은 돼 보였다. 검찰은 이진영 씨의 국민참여재판 신청도 반대했다. 배심원들이 이진영 씨에게 “오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뼛속까지 엘리트주의다.
검찰만 악랄한 것이 아니다. 재판부도 이진영 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서 보석신청을 했는데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면서 기각했다. 이날 재판에서 봤듯이 증거는 검찰의 ‘내심’에 있을 뿐인데 말이다.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 덕분에 당선했지만, 문재인은 대선 운동 기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지하지 않았다. 외관상 새 정부와 갈등을 빚는 듯한 검찰이 이토록 비열한 짓을 자신 있게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재판부의 비인도적 결정에도 마찬가지 맥락이 있을 것이다.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