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노동자연대가 어제인 7월 4일 발표한 성명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은 오늘 날짜를 반영했고,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에 관한 분석을 포함시켰다.
어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8년 위성 탑재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19년 만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래 북한은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사일 전력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고한 바 있다.
주류 언론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촉구한 지 겨우 며칠 만에 북한이 벌써 미사일 도발을 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문재인이 ‘북한 정권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유화 제스처만 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새로운 제재를 추가하기로 밝히는 등 전반적인 제재 강화를 결정했다.
마침 미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금융 거래를 해 온 중국 단둥은행을 전격 제재하면서 북한의 돈줄을 옥죄고 있었다. 2005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한과의 거래를 이유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을 제재한 일이 이듬해 1차 북한 핵실험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 정부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발사일로 삼은 것도 제재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트럼프에 보내는 메시지였다. 김정은은 “독립절에 우리에게서 받은 선물보따리가 [미국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이라며 그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다시 한 번 장거리 미사일의 성능 향상을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 본토 전역은 물론이고 미국의 태평양 연안 도시를 타격할 만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러시아 국방부는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이 “중거리탄도미사일” 수준의 궤적으로 보였다고 발표했다. 설사 “화성-14형”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이 맞더라도, 대개 미사일 성능이 입증되려면 여러 차례 시험 발사와 개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점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아래로부터 반제국주의 운동을 한국에서 건설하는 데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당장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 운동이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아래로부터의 운동의 처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북한 관료의 행태는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도 없다. 북한이 가용 자원을 끌어모아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들, 제국주의적 경쟁과 압박 속에 그런 핵무장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보증해 줄 리 만무하다.
그러나 문제의 더 큰 책임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물어야 한다. 1990년대부터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제재를 가해 왔다. 북한이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이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이라는 제국주의 경쟁 상대국을 겨냥한 조처들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북한을 악마화한 것이다.
그러한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의 결과가 오늘날 핵무기 10~20기(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추정)를 보유한 북한이다. 그리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1990년대부터 미국 지배자들은 틈만 나면 “5~10년 안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게 될 테니 북한을 제재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미국의 압박이 그 예측을 20여 년 만에 실현되게 했다. 소위 자기 충족적 예언인 셈이다.
아마도 트럼프 정부는 이번 일도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패권을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진보·좌파는 현 상황에서 타깃을 미국 제국주의에 맞추고 대북 압박 강화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 대북공조 강화”를 주장하는 문재인은 사드 배치 등 미국에 협력하는 일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2017년 7월 5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