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총파업 집회로 기소된 김영익 씨 재판 방청기:
“시위대의 요구가 정당했음은 박근혜 정권 퇴진으로 입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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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검찰은 노동자연대 회원 김영익 씨가 2015년 4·24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서 신고 범위를 벗어난 행진에 참가했다며 그를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했다.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2백만 원을 내라고 결정했고, 김영익 씨는 부당한 결정에 항의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는데, 1심 재판부는 벌금 액수만 조금 줄였을 뿐 유죄를 선고했다.
김영익 씨는 바로 항소했다. 2년도 더 지난 시위 참가를 이유로 재판을 받는 일이 지칠 법도 한데 김영익 씨는 굴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해 왔다.
2017년 8월 9일 2심 결심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김영익 씨라고 주장한 사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국과수는 사진에 대해 김영익 씨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음”이 아닌,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음”으로 판단했다.
판사는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음”은 “판단 곤란” 바로 윗단계이므로, 검찰 주장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판사는 김영익 씨가 “시위에 참가한 것은 인정하는데, 기소된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으니까 간접적으로 판단하겠다”면서 황당한 논리를 폈다. 진술 거부를 권리가 아닌,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발언이었다.
이에 김영익 씨의 변호인은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엄연히 피고인의 권리”이고, 김영익 씨가 진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판단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후진술에서 김영익 씨는 집회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죄로 입건해 오랜 시간 괴롭히고 힘들게 해 이들을 위축시키려는 검찰의 의도를 비판했다. 또한, 4·24 총파업은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려는 박근혜 정권의 핵심 정책이었다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매우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판사는 “본인 이야기만 하라”면서 진술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김영익 씨는 꿋꿋이 진술을 끝마쳤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서도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요구가 큰 지지를 받았다. 노동개악 추진에 맞선 4·24 총파업은 정당했다. 김영익 씨는 유죄를 선고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아래는 김영익 씨의 최후진술 내용이다. 2심 선고는 9월 1일이다.
4·24 총파업이 무려 2년도 더 지났습니다. 저는 그 사이 소환장을 계속 받아야 했고, 경찰 조사에 불려가야 했습니다. 검찰청으로도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고, 이후 재판도 계속됐습니다.
이 과정은 한 개인을 매우 지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입니다.
제 개인의 입장만 생각하면, 이러한 법률적 대응이 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재판을 거쳐 오면서 제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은 이것이 단지 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날[2015년 4·24 총파업 집회 때] 경찰은 마구잡이로 채증을 했고, 사진과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소환했고, 많은 사람들을 무더기로 기소했습니다. 저 같은 일을 겪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검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이런 과정에서 시달리며 지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핵심 정책에 반하는 시위에 다시는 가담하지도, 동조하지도 말라는 것을 보여 주려는 것 같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엄정한 법 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위축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판 과정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후퇴시키려 했고, 노동개악을 추진했습니다. 노동개악은 해고를 쉽게 만들고, 임금을 낮추고,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항의하려는 행동이 바로 4·24 총파업 집회였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전체 맥락을 보기는커녕 집회 참가자들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마구잡이, 무더기 기소를 남발했습니다. 이는 매우 불비례적인 처사입니다. 얼마 전 신임 법무부 장관도 집회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로 기소하는 것은 입법 목적에 맞지 않다고 한 바 있습니다.
4·24 총파업이 요구한 노동개악 저지는, 이를 추진한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 운동에서도 매우 지지받은 요구입니다. 또한 4·24 총파업과 시위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했다는 것을 지난 촛불 운동이 입증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노동개악에 항의해 온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여전히 감옥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시위]에 참여한 저 같은 사람들도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에 촛불로 끌어내린 이전 대통령의 최측근들 가운데서는 이미 풀려난 사람도 있고, 2015년 4·24 총파업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는 ‘법꾸라지’답게 [처벌을 받는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이는 정의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은 바뀌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