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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후퇴한 통신비 인하 공약 :
필수 공공재인 통신 산업, 국유화하라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공약이 또다시 후퇴했다.

대선 후보 시절 발표한 ‘가계 통신비 절감 8대 정책’ 중 기본료 폐지 공약을 철회한 데 이어, 다음 달 15일부터 5퍼센트 인상될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의 적용 대상에서 기존 가입자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기존 가입자의 수는 1천4백만 명에 이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1천4백만 명인 약정할인 이용자가 1천9백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1조 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과장된 것이다. 신규 가입자인 5백만 명이 기껏 월 2천 원 정도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뿐이기 때문이다. 1년치를 따져도 1천2백억 원이다. 이동통신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3조 6천억 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인 셈이다. 그러나 이동통신3사는 그 정도의 손해조차 못 받아들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이 나오는 이유는 높은 통신비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들어주는 시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서비스는 보편적인 필수 서비스다. 현재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2017년 2월 기준으로 전체 국민수보다 더 많은 6천75만 명이고, 휴대폰 보유율은 96.6퍼센트에 이른다. 따라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신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통신비 인하 공약은 이번 경우처럼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곤 했다.

현재 통신3사가 매년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만 연간 8조 원에 이른다 ⓒ출처 KT노동인권센터

민영화

통신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통신망 구축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며, 공공의 자산인 주파수 자원을 기반으로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영기업이 수행하던 사업이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대대적인 민영화가 추진됐고 통신 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것이 현재의 높은 통신비 부담으로 귀결된 것이다.

KT가 완전히 민영화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뿌리인 2002년 김대중 정부 때였다.

통신 민영화는 이동통신 이용자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해악적이었다. 6만 명이 넘었던 KT 노동자들은 현재 2만 3천여 명으로 줄었다. KTF와의 합병을 고려하면 4만여 명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이 줄어든 일자리는 질 낮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일자리로 채워졌다.

이처럼 노동자의 고통과 서민들의 높은 통신비 부담을 자양분 삼아, 통신자본은 매년 3조~4조 원에 달하는 이윤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 통신3사가 매년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만 연간 8조 원에 이른다. KT의 경우 연간 매출이 17조 원인데도 광고료가 1천8백억 원이 넘는다. 반면에 한전은 연간 매출액이 약 60조 원(2016년도 기준)에 이르지만 광고료는 약 60억 원에 불과하다.

최순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자신의 지인을 KT 광고부서에 낙하산으로 꽂아 넣고 광고비 집행을 자신의 회사로 몰아주는 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한편 통신망 중복 투자비도 연간 2조 원에 달하고,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돈이 배당으로 나가고 있다.

민영화된 소유 구조를 다시 되돌려 KT, SKT 등 통신기업들을 국유화해야 이런 낭비와 비효율을 없애고, 정부가 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