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6 세월호 거치 목포신항 집중 방문의 날:
전국에서 모인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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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전국 각지에서 2천 명 넘는 사람들이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로 모여들었다.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려고 4·16연대가 호소한 집회였다. 이 ‘목포항 집중 방문의 날’은 새 정부 아래 세월호 운동의 첫 대중집회라는 의의도 있었다.
오후 2시 ‘시민 알림대회’ 시작 때부터 서울, 강원, 경상, 전라, 충청 등 전국 수십 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목포역 광장을 메웠다. 이후 규모가 계속 늘어나는 듯 보였다. 세월호 쟁점에 여전히 높은 관심과 연대의 의지가 저변에서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국 곳곳의 세월호 모임들과 민주노총, 정의당, 민중연합당, 노동자연대, 전농 등 단체 회원들이 중심이었지만, 개별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대회 장소에 마련된 부스에서 손부채에 자신의 요구를 적어 팻말처럼 활용했다.
목포역 광장에서 알림 대회가 끝난 뒤 목포 시내 행진을 시작했다. 목포버스터미널까지 4.3킬로미터를 걸으며 더 많은 이들에게 요구를 알렸다. 참가자들은 “책임자 처벌하라!”, “정부는 진상규명에 나서라”, “국정원과 해수부도 조사하라”,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등을 외치며 목포 시내를 행진했다. 행진 코스가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고, 불볕 더위까지 기승을 부렸지만 참가자들은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고, 연신 땀을 훔쳐가면서 끝까지 행진에 참여했다.
행진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인양된 세월호를 보기 위해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으로 집결했다. 세월호 참관 신청을 미리 해 뒀는데도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다. 일부러인지 확인하는 요원도 적게 배치해서 참가자들은 세월호를 눈앞에 두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아직도 적폐가 여전하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있었다. 해수부가 세월호 공개를 거부한 탓이다. 4·16연대는 세월호를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진실 은폐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공개는 이날 집회와 행진의 요구이기도 했다.
세월호를 참관하던 많은 사람들이 선수가 찢어진 모습과 심각히 부식된 모습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월호와 그 잔해들은 참사 당일의 참혹함, 그리고 진실을 품고도 지난 3년 동안 바다 속에 갇혀 있었던 기나긴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듯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선 전 약속과는 달리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도 꾸리지 않기로 하고, 이미 진실 은폐 의혹이 드러난 황교안, 우병우나 해수부 책임자들 관련자 등에 대한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 진상 규명의 책임을 아직 법안도 통과되지 않은 (고로 아직 구성도 안 된, 즉 실체도 없는) 2기 특조위로 모두 미루려는 듯 보인다. 국정원, 해수부, 전 정부 등 국가기관과 주요 인물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가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몇몇 유가족들은 이런 상황에서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마음을 글로 밝히기도 했다.
세월호 운동은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미루지만 말고 직접 진상 규명과 책임자 수사와 처벌에 나서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 날 대회로 모인 관심과 지지는 운동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