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국경분쟁:
제국주의 간 경쟁이 재발시킨 해묵은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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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인민일보〉 온라인판은 “중국과 인도가 둥랑(洞朗, 인도명 도카라, 부탄명 도클람) 대치 중단에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양국 군대가 신속히 철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불거진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중국 측이 둥랑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려 했고, 이를 저지하려던 인도 사이에 벌어진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확대됐다)은 잠정적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은 반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 둥랑 지역 외에도 분쟁 지역이 적어도 두 군데(아커사이친과 아루나찰프라데시) 더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한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으로의 팽창 전략이 충돌하면서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가 인도의 군비 현대화 계획을 지원하는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증파하면서 파키스탄을 테러범 도피처로 비난했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간접적으로 파키스탄을 후원하는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낸다.
제국주의의 유산
중국과 인도는 공식적으로 국경선을 합의한 바가 없다. 실질 통제선(Line of Actual Control)이 사실상 두 국가의 국경선 구실을 한다. 예를 들어 카슈미르 지역의 아커사이친은 중국이 실질적으로 통치하지만 인도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부탄 옆의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는 인도가 통치하지만 중국은 티베트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실질 통제선의 기초가 된 것은 1914년의 맥마흔 라인*이었다. 이후 1947년에 영국에서 독립한 인도는 맥마흔 라인을 수용할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1949년에 등장한 중화인민공화국은 맥마흔 라인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티베트 때문이었다. 인도를 지배할 당시 영국은 티베트를 중국과의 완충지역으로 두고 독립 국가로 만들고 싶었지만,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청나라의 후예임을 내세워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마오쩌둥은 1964년 네팔 대표단과의 회담에서 “중국·인도 간에 가장 큰 문제는 맥마흔 라인이 아니라 티베트 문제였다”고 술회했다.
1951년 중국군이 티베트를 무력으로 점령했지만 이것이 중국과 인도 사이의 갈등을 촉발하지는 않았다. 1954년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는 티베트가 중국에 속한다고 인정했는데, 이것은 이 지역 패권국가들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카슈미르의 아커사이친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면서 중국·인도 관계는 험악해졌고, 1959년 3월 티베트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봉기가 발생하면서 사태는 1962년 중국과 인도의 전쟁으로 치달았다. 인도가 달라이 라마의 망명을 받아들이자, 중국은 티베트의 분리독립 봉기 배후에 인도가 있다고 여겼다.
카슈미르의 아커사이친이 두 국가 모두에게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도 분쟁이 불거진 또 다른 이유였다. 아커사이친 지역은 중국으로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시짱 자치구(티베트)를 연결하는 안보상의 요충지였고, 인도로서는 카슈미르 지역(잠무 카슈미르와 라다크)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꼭 확보해야 할 지역이었다.
1962년 중국·인도 전쟁 이후 아커사이친 지역은 중국이 통치하는 영토가 됐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사이에 평화가 도래한 것은 아니었다. 아커사이친 외에도 라다크 지역의 타왕이나 다울라트 베그 올디,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의 봄딜라 등에서 중국과 인도 병사들이 대치하면서 실질 통제선을 확장하려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번에 군사적 대립이 있었던 둥랑 지역도 1975년에 인도가 지배하게 된 시킴 지역 근처로, 인도 동부 전체가 차단당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하는 실리구리 회랑(일명 닭의 목)이 근접해 있는 곳이다.
일대일로
중국과 인도가 대립하는 또 다른 쟁점은 남아시아 지역 패권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중국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벌인 세 차례 전쟁에서 파키스탄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인도 인접국인 네팔·스리랑카·버마 등의 국가에 경제 지원을 제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파키스탄에 경제적·군사적 원조를 제공한 대가로 과다르항에 중국 군사기지를 세울 수 있었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를 연결하는 카라코람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었다. 반면 인도는 중국의 팽창에 대항해 미국과의 경제적·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아시아 지역 패권을 다투는 국가들의 이합집산 과정에는 진보적인 구석은 찾아볼 수 없고 철저하게 자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서방 국가와는 달리 ‘진보적’이라고 일각에서 여기는 중국, 제3세계 국가들의 협력과 국제 평화를 내세웠던 반둥회의의 지도국이었던 인도가 갈등의 주요 당사자라는 사실은 이들 국가들도 제국주의 이해관계를 좇을 뿐이라는 점을 잘 보여 준다.
1970년대에 중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대가로 미국과 가까워졌다. 반면 인도는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던 소련과 우호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오늘날 남아시아 패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인도가 치열하게 경합 중이고, 미국이 인도를 거들고 있다.
지난 60여 년 동안 중국과 인도 사이의 갈등에서 두 국가의 제휴 파트너는 달라졌지만, 두 국가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면면히 지속되고 있다. 지속되는 경제 위기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트럼프의 도발 때문에 중국과 인도 또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갈등이 언제든지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