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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인터넷전문은행)는 왜 화제가 되고 있는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 1개월 만에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카카오뱅크 초반 돌풍의 배경으로는 낮은 수수료, 이용 절차가 편리한 예금과 대출 상품, 특히 가입자가 4천2백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플랫폼과의 연계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와 함께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에도 가입자가 꾸준히 몰리고 있다.

최근 3~4년 전부터 유행하는 핀테크(FinTech) ―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스(Finance)’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하나로 합쳐진 단어 ― 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성 언론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초반 돌풍 현상을 두고 마치 기존 은행이 곧 없어질 것처럼 얘기한다. “위기의 은행”, “기존 은행을 바꾼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은행들 잇따라 서비스 개선” 등등.

그러나 기존 은행권에서도 인터넷뱅킹은 금융서비스 전달 채널별 업무 처리 중 이미 가장 큰 비중(42.1퍼센트, 2016년 12월 기준)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카카오뱅크의 핵심 주주는 카카오(10퍼센트)와 국민은행(10퍼센트)으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와 향후 진행될 신용카드 업무는 전부 KB금융지주그룹 소속인 국민카드가 맡고 있다. (한편, 지분 58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은산분리 완화 때까지 카카오 측의 대리인 구실을 하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신용대출은 우량등급 이외에는 보증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즉, 카카오뱅크가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카카오라는 플랫폼 외에는 기존 금융계의 구조망 속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 시중은행들의 수익 구조는 예대마진(이자 수익)이 8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낮은 수수료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달성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기존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의 상당 부분을 대면서비스에서 얻어 왔다는 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한계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자본 확충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대면서비스도 없어서 부동산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같은 큰 액수의 대출을 취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일정한 한계 이상의 성장세도 아직은 의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기존 은행들도 새로운 앱 개발 등으로 인터넷뱅킹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은행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편리성은 안전성의 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의 편리성 경쟁은 한계가 있다.(기존 은행들의 바로 그런 한계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인터넷은행들이 기존 은행들을 대체할 것처럼 호들갑 떠는 것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전문은행인 미국의 Security First Network Bank(SFNB)가 출범했으나 SFNB 때문에 문을 닫은 은행은 없다. 현재 세계 금융업계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점유율은 5퍼센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노리는 것은

이런 현실을 볼 때, 나는 카카오뱅크의 출범을 돌풍 현상이라고 과장하는 데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요즘 한국에서만 유행한다는 “4차 산업혁명” 담론 유행에 편승해 인력 감축 등을 정당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은행 같은 서비스 산업에서 신규 진입자의 도전으로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건 노동자들 간의 영업 경쟁도 치열해진다는 뜻이다. 이제 노동자들은 인터넷뱅킹 홍보와 해피콜 등으로 불리는 텔레마케팅 영업의 압박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영업 확대로 기존 영업점들이 폐쇄될 수도 있다는 협박성 담론이 가미되면, 개별 노동자들은 저항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지점 없는 은행, 비대면서비스의 비중 확대 등이 특히 강조되는 맥락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계 씨티은행이 지점을 80퍼센트 가까이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도 있다. 타 시중은행에서도 영업점 수를 소폭 축소했다.

그러나 은행들의 지점 축소를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는 것은 단지 현상만 보는 것이다. 애초에 합병 등으로 시중은행들이 대형화한 후 영업점 늘리기 경쟁을 해 왔다. 이제 이런 추세가 멈추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속된 세계경제 위기로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점 임대료 등 비용 절감 차원에서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신한은행의 경우, 일반 영업점은 줄었지만, 점포를 세분화하면서 전체 영업점은 늘었다. 씨티은행의 구조조정도 비대면서비스 비중 증가 그 자체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은행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경기 불황 때문에 개인금융 부분을 강화하는 점들을 보면, 영업점 감소를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로 보는 것은 큰 비약이다. 그동안 영업점 수를 늘리면서도 영업점 인원은 줄여 온 것이 은행원 노동강도 강화에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일자리를 우선순위로 본다면 영업점 수 감소가 인원 감축으로 가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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