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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억압과 민족 해방 운동들

존 몰리뉴는 영국의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로, 국내에 번역돼 있는《마르크스주의와 당》(북막스)의 저자이다.

마르크스주의자가 노동 계급의 전 세계적 단결을 위해 일하는 국제주의자라는 사실은 우리가 민족 억압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는 민족 억압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폴란드와 아일랜드의 독립을 평생 지지한 사람이다. 당시 폴란드와 아일랜드는 지금처럼 소련과 영국한테 억압받고 있었다.

국제주의자가 민족 해방을 지지한다니, 이것은 모순이 아닌가?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하면 국제적 단결을 이뤄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선 마르크스주의자는 강요된 것이 아닌 자발적인 국제적 단결을 지지한다. 자발적 단결은 분리의 권리를 내포한다. 민족 억압은 억압하는 나라의 노동 계급과 억압당하는 나라의 노동 계급 사이의 구별을 낳는다. 이러한 구별은 억압하는 나라의 노동 계급이 억압당하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투쟁함으로써만 없어질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민족 억압은 억압하는 나라에서건 억압당하는 나라에서건 지배 계급과 노동 계급 사이에 일종의 이데올로기적인 유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유대는 노동 계급이 민족 억압에, 특히 그것이 자신의 국가에 의해 자행되고 있을 때, 반대함으로써만 깨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형태의 민족 억압에 대한 반대는 진정한 국제주의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제국주의의 등장으로 이러한 문제는 사회주의 전략의 중심이 됐다. 19세기 말엽까지 한 줌밖에 안 되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및 남미의 대부분 나라들을 그들의 식민지나 반(半)식민지로 만들었다. 당시 대부분의 유럽 사회주의 운동은 이러한 사태를 공공연히 지지하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수동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제국주의가 필연적으로 민족 해방 투쟁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을 알고 선진국 노동 계급이 제국주의 지배 계급에 대항한 민족 해방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바로 레닌이었다.

오늘날 제국주의의 성격은 다소 변했다. 세계 시장의 압력으로 인해 경제적 착취는 계속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들 식민지에 형식적인 독립이 주어졌다. 하지만 민족 해방 투쟁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중미에서 미국의 지배에 도전하는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의 투쟁이든,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투쟁이든, 혹은 스탈린주의 러시아의 멍에에 저항하는 폴란드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투쟁이든, 민족 해방을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이 글은 1986년에 씌어졌다 ― 편집자]

이러한 모든 경우에 마르크스주의는 자유를 위한 투쟁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무조건적이라는 것이 무비판적이라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또한 민족 해방에 대한 지지가 그것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민족 독립의 성취는 사회주의적 과제라기보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적 과제이며 민족 혁명은 노동 계급이 주도하지 않는 한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다. 또한 노동 계급이 주도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국제적 혁명 과정의 일부가 되지 않는 한 혁명은 지속될 수 없다.

이것은 1945년 이래로 자신을 공산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라고 불렀던 부르주아지나 쁘띠부르주아지가 주도한 일련의 민족 혁명이 있어 왔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중국, 쿠바, 베트남, 앙골라, 모잠비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가운데 어떤 경우에도 노동 계급이 권력을 실제로 손에 넣지는 못했다. 하지만 좌익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과 제3세계 자체의 노동 계급 투쟁을 이러한 반제국주의 운동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했다. 이들 체제 각각이 분명한 전망을 갖지 못하게 되자 그들은 거듭해서 환멸에 빠졌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주의자는 모든 형태의 민족 억압에 대해 반대하고 민족 해방 투쟁에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민족주의자로서가 아니라 국제주의자로서 그렇게 한다. 마르크스주의자는 부르주아 민족주의에 휩쓸리지 않으며 그것의 한계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노동 계급이 민족 혁명의 지도자로서, 동시에 국제 노동 계급의 일부로서 앞장서게 하기 위해서 일한다. 노동 계급이야말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가져 오고 인류를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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