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여전히 미흡한 교사 선발 수 확정 발표:
이간질에 맞서며 교사 수 대폭 확충을 요구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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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전국 시·도 교육청이 2018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TO)을 최종 확정했다. 총 4천88명으로 지난 8월에 발표한 사전 예비 인원 3천321명보다 767명(18.8퍼센트) 늘었다. 집회와 동맹휴업을 비롯한 교대생들의 투쟁에 정부가 교사 수를 조금은 늘렸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총 6천22명을 선발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1천934명(32.1퍼센트)이나 줄었다. 2016학년도에는 6천591명, 2015학년도에는 7천62명을 선발했다. 아직 올해 시험 응시 인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정도로 임용시험에 응시한다면 약 3천 명 정도가 시험에 떨어질 것이다. 교육부가 이후에도 교원 정원을 줄여나갈 예정(이미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줄여왔고, 내년도 정원은 동결했다)이라는 점을 볼 때, 청년실업자가 되는 교대생들이 점점 늘어날 듯하다.
정부는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학급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데,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의 질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초등학교 학령아동 수는 통념과 달리 정체 세에 들어섰다. (https://ws.or.kr/article/19276 참고) 교사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은 일부 도 지역은 시험 응시 인원이 정원에 미달해 교사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임용시험 응시생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것이 '임용 대란'의 원인인양 말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들이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옮기기 위해 임용시험을 다시 본다며 이를 '이기주의'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지난 5년간 임용시험 응시자 중 현직 교사의 비율은 약 21퍼센트였는데, 올해도 그 정도 비율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이 현직 교사들이 모조리 임용시험에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덧붙여 모든 임용시험 응시생들이 각 지역으로 골고루 흩어져서 시험을 치른다고도 가정해보자. 그렇다 해도 (현직 교사를 제외하고) 교대생 약 1천600명 정도가 시험에 떨어질 것이다.
이기주의?
그리고 정부는 현직 교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이기주의'라 매도할 자격이 없다. 한국에서는 교육·문화·경제 등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방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여태껏 지방의 소규모 학교들을 통폐합하며 '효율성'의 논리로 지방 교육의 질을 낮춰 왔다. 이는 지방에 남아 있던 교사들마저 떠나라는 꼴 아닌가?
정부는 지역가산점(그 지역에 위치한 교대를 졸업한 응시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을 기존 3점에서 6점으로 올릴 뿐 아니라, 1차 시험에만 적용되던 지역가산점을 2차 시험에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전부터 임용 TO가 적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던 부산교대와 제주대 초등교육과 학생들이 특히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는 현직 교사와 교대생들을 이간질할 뿐 아니라, 교대생들 사이에서의 분열도 바라는 것이다. 지역가산점 확대 방향을 지지하는 서울교대 총학생회의 입장이 염려스러운 이유다.
교사를 대폭 확충하는 것만이 대안이다. 이는 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많은 청년들과 노동계급에게 이로운 일이다. 바닥을 향한 경쟁을 멈춰야 실업에 고통받는 '헬조선'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교대생 일부에서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에 반대하는 것은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제한된 '파이'를 강요하며 학교 비정규직과 예비교사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화 요구를 반대하면 '파이'를 대폭 키우라고 요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임용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논리는 정부가 임용시험 선발 인원을 더욱 줄이는 데 좋은 구실(‘경쟁력 강화')이 될 수 있다. (https://ws.or.kr/article/18196 참고)
이번 교사 임용 선발 수는 한참 미흡할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거듭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재정을 확충해 전체 '파이'를 늘리고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학교 비정규직과 예비교사들을 대립시키는 이간질에 맞서며, 교사를 대폭 확충하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