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동아시아의 불안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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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얼마 전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통과시킨 “반국가분열법”이 제국주의적 침략 법안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 사람들은 강경파가 요구했던 ‘통일법’보다 약하다면서 애써 의미를 깎아내렸지만, 이 법에 대한 대만인들의 분노는 이해할 만하다.
중국은 대만을 향해 7백6기의 미사일을 배치해 놨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은 중국이 대만인의 복지를 얼마나 염려하는지 증명한다”거나 “반국가분열법은 평화를 위한 법이다”라고 주장하는 중국 공산당 지배자들의 오만이 놀라울 따름이다.
덕분에 대만 정치는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됐다. 최근 친독립 진영인 대만 대통령 첸수이볜은 연거푸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는 반국가분열법의 제정을 자신의 정치적 지지를 회복할 기회로 확실하게 활용하고 싶어하고 벌써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민당이 동원한 시위에는 10만 명이 참가했지만, 민진당이 동원한 시위에는 무려 5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아마도 쳰수이볜과 그의 우파 동맹인 대만단결연맹은 가까운 미래에 독립과 관련된 요구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장난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립’을 둘러싼 대만 지배자 일부의 불장난은 양안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만인의 압도 다수는 현상 유지를 바란다. 그들은 중국의 제국주의적 의도에 반대하지만, 쳰수이볜 등이 의도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긴장시키는 것도 반대한다.
하지만 지금 중국이 반국가분열법을 통과시킨 것은 단순히 양안관계의 맥락에서만 보기는 어렵다.
쳰수이볜은 지난 12월 총선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표를 얻은 뒤에, “임기 동안에는 독립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야당 당수에게 약속했다. 일부 언론은 중국 정부가 이번 전인대에서 반국가분열법을 검토만 할거라고 성급하게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국가분열법이 제정된 직접적 배경에는 지난 2월 19일에 있은 미-일 공동선언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제국주의 경쟁 체제가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미-일 공동선언에서 대만 해협의 안정이 두 국가의 “공통된 안보 관심사”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 일본도 미국과 함께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접근했을 때, 대만 문제는 대소 봉쇄에 비해 언제나 부차적이었다. 중국은 미국의 동의 하에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됐다.
하지만 냉전 이후 1990년대 동안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구가하자 모순된 상황이 펼쳐졌다.
미국 지배자들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경제의 양대 기관차 중 하나”라고 표현한 중국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냉각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배자들 내 일부는 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정책으로 표현하고 실질적인 준비를 하기를 바랐다. 미국 의회와 대통령들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대만 방어를 주기적으로 선언했다.
또, 미국이 중동 석유를 통제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략한 것은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중국을 노린 측면도 있다.
이런 강력한 견제 심리가 발동한 데는 중국의 도전이 새로운 성격의 도전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전은 1980년대 일본의 도전과 다르다. 당시 도전은 순전히 경제적 도전에 한정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도전은 경제적일 뿐 아니라 군사적이기도 하다.
2001년 하이난 섬 영공에서 중국과 미국 스파이 비행기 충돌, MD 체제를 둘러싼 논란 등 두 국가 간의 군사적 긴장 관계는 주기적으로 불거져 왔다. 최근에는 유럽의 대중국 무기 수출 금지 조처의 해제를 둘러싼 힘겨룸이 있었다.(일단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일본이 이런 미중간 긴장 관계에서 한몫 하게 된 것은 단지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의 지위를 조금씩 잠식하면서 일본 지배자들내 견제심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의 에드워드 코디는 “중국의 대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중국은 불가피하게 기존 국제 관계와 충돌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과 광범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이 이런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 하고 지적했다.
이런 긴장은 때때로 소규모지만 군사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작년 11월 일본 영해로 잠입한 중국 잠수함과 일본 대잠 초계기 사이에 며칠간 추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일본 자본주의는 중국 자본주의와 매우 빠른 속도로 통합되고 있다. 2004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역국이 됐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지배자들도 미국 지배자들처럼 중국에 대해서 일관되게 봉쇄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견제 정책을 취하고 싶어한다. 지난 2월의 미-일 공동선언은 이런 점에서 두 제국주의 국가 간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단기간 내에 충국과 미·일이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위기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대만 문제는 이런 위기를 급격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악재가 돼 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경제적 통합이 진행되면서도 경제적·군사적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제국주의 체제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