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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로 (긴장 몰고) 오는 미 핵항모와 핵잠수함

미국의 “도발” 한반도 인근에 항모전단들을 전개하는 것은 긴장을 높이는 행위다 ⓒ출처 미 해군

긴 추석 연휴로 많은 한국인들이 쉬고 있을 때, 트럼프의 입과 트위터 계정은 하루도 쉬지 않았다. 그가 입을 열고 글을 올릴 때마다 한반도 상황이 출렁거렸다.

최근 대북 정책을 비롯한 여러 대외 정책을 놓고 미국 국가의 최상층 내에서 이견과 혼선이 불거지는 게 두드러진다. 트럼프가 국무장관 틸러슨을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9월 30일 틸러슨은 중국 방문 중에 “우리는 북한과 두세 개의 대화 채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틸러슨이 협상을 시도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국무장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항간에는 틸러슨이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자 최근 트럼프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진짜 그렇게 말했다면, 우리는 아이큐(IQ) 테스트를 해서 결과를 비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란 핵합의, 자유무역협정 등 여러 대외 정책을 놓고 트럼프 정부 안팎에서 불협화음이 커지는 와중에 불거졌다. 북핵 문제도 그중 하나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정부는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에서 긴장이 더 높아질 것이다.

동해

지난해 대선 기간에 트럼프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비난했고,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한때 클린턴이 아니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게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집권 후 해외 군사 개입을 강화해 왔다.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폭격을 단행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증파를 결정하는 등 그는 중동 지역에서 전임 오바마 정부 못지않게 군사 행동을 벌였다. 트럼프 정부는 1945년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 정부 중 내각과 백악관에 군 장성 출신이 가장 많이 포진된 정부다. 또한 트럼프는 해외 군사 개입이 국내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는 “전략적 인내”를 표방한 오바마보다 훨씬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게다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북핵 문제의 판돈이 전보다 더 커져 버렸다. 미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보다 북한 핵무기 강화가 다른 국가로 핵무기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는 것일 테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로서는 여전히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게 보여 주면서 미국 핵무기의 세계적 우위를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

따라서 트럼프는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10월 6일 트럼프는 군 수뇌부를 부른 자리에서 지금이 “폭풍 전 고요”라고 말했다. 다분히 북한을 겨냥한 말이었고, 해석하기에 따라 군사 행동을 예고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었다.

물론 트럼프가 당장 대북 선제 타격을 감행할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은 서울은 물론이고 14만 명이 넘는 주한 미국인들의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선제 타격이 아니더라도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적 조처들은 있다. 트럼프는 제재 강화와 함께 그런 군사적 조처들을 감행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 같다. 예컨대 전략폭격기에 이어, 미군 항공모함도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상해 무력 시위를 벌일 수 있다. 1968년 푸에블로 호 사건 당시 미국이 항모를 원산 앞 바다로 들여보낸 적이 있다.

트럼프 정부가 연이어 한반도에서 전략폭격기로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함이 동해로 이동 중이다. 또한 다른 핵항모도 미국 서부 해안에서 한반도 인근으로 오고 있다. 이미 7일에 미국의 핵잠수함이 경남 진해항에 입항했다. 미국은 앞으로 전략무기의 한반도 순환 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런 군사력 전진 배치는 북한을 크게 긴장시킬 행위다.

이렇게 트럼프가 제국주의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북한을 향한 협박을 계속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북한 지배자들은 미국의 압박에 반발하며 더 많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려 할 것이고, 향후에 그런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충돌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거래의 기술

트럼프는 지금 북한을 상대로 “거래의 기술”을 발휘하려는지 모른다. 즉, 엄포를 놓으며 위기를 조성한 다음 유리한 조건에서 상대방과 거래하는 그의 사업 수완 말이다. 그러나 그의 “거래의 기술”이 한반도에서는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우선, 트럼프의 대북 압박은 그가 가장 중시하는 중국과의 경쟁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 스티븐 배넌은 백악관 수석 전략가에서 물러났어도 여전히 트럼프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그는 중국과의 경제 전쟁이 트럼프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는 대북제재를 강화하라고 중국을 압박하지만, 중국은 이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북한도 지난 30년 동안 정권 생존을 위한 싸움에 익숙해져 있다. 트럼프가 공공연히 북한 정권 교체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순순히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의 제국주의적 공세 때문에 한반도는 21세기 들어 가장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폐기국제운동’이 선정된 것은 이런 정세가 반영된 일일 것이다.

11월 초 트럼프가 한국에 온다.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범의 방문을 반대하는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