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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위원회에서 드러난 정치 양극화

3월 26일에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북핵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정태연 중앙위원은 “이라크 어린이의 머리에 떨어지는 폭탄이든, 노무현 정부의 군비 증강이든, 북한의 핵이든, 중국의 핵 항공모함 도입이든 간에 원칙은 똑같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반대편에는 북한 핵 보유에 대한 무비판적인 태도가 있었다. 신석진 중앙위원은 “북한의 핵 보유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 없으나,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에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며 북핵에 대한 비판 자체를 반대했다.

양비론과 무비판적 태도 사이에서 팽팽한 논쟁이 오간 끝에, 북핵에 대한 양비론적 접근을 담은 북핵 결의안은 부결됐다.

뒤이어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박종호 중앙위원은 과거 정부들에서 추진된 사회적 합의가 사기극으로 끝났던 경험을 들어 사회적 교섭을 반대했다. 그는 지금은 “저들과 대화할 때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이혜선 중앙위원(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사회적 교섭 논의는 “민주노총의 분열”을 촉진할 뿐이며, 당이 “판관”처럼 민주노총에 간섭하지 말라고 말했다.

김창한 중앙위원(금속노조 위원장)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단상 점거자들을 비난했다. 반면, 박종호 중앙위원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 개악에 맞서 투쟁할 것인가, 아니면 투쟁을 제한하고 협상할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이 본질이다” 하고 주장했다.

최고위원들과 의원단이 모두 찬성하지 않았는데도, ‘사회적 교섭 전략 재고’ 결의안은 10여 표 차로 근소하게 부결됐다. 애초 사회적 교섭에 반대했던 당내 좌파들 중 일부는 표결에서 기권했다.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당 지도부의 입장에 대한 중앙위원들의 불만은 노동위원장 인준에서도 표현됐다. 사회적 교섭을 지지하는 민주노총 집행부 쪽에서 추천한 노동위원장 인준안이 부결된 것이다. 1표 차이기는 하지만, 중앙위원회에서 인준안이 부결되기는 처음이다.

최근에 당 지도부는 몇몇 중요한 정치 쟁점들에서 입장이 모호하거나 후퇴하곤 했다. 상당수 중앙위원들은 당 지도부의 이런 정치적 태도에 비판적이었다.

이번 중앙위는 당 지도부와 많은 중앙위원들 사이에 정치적 간극이 있음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