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타워크레인 사고 건설현장:
더는 죽음의 현장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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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오후 1시 30분 의정부 민락2지구 LH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해체 작업 중이던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올해 들어 타워크레인 사망 사고만 3번째다. 이번 사고까지 치면 숨진 노동자가 12명이고, 부상자는 36명이나 된다.
지난 5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경기 남양주시 등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문재인 정부는 타워크레인 전수조사와 안전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또다시 사망 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가 난 의정부 현장의 건설회사 측은 타워크레인 설치가 잘못돼, 해체 도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타워크레인 설치팀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설치된 순서의 역순의 방식을 제대로 지키면서 해체했다면 중대재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빨리 해체하려고 순서를 뒤바꾼 게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다.
건설 현장의 관리자들은 입만 열면 ‘공기가 촉박하다, 적자다’ 하면서 ‘더 빨리’를 강요하고 있다. 안전을 말하고, 사람이 중요함을 지적하는 자는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방지한다면서 2014년부터 ‘건설현장 근로감독관 전담 관리제’가 시행 중이다. 그런데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의정부 타워크레인은 제조된 지 27년이나 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실 제조연도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노후한 타워크레인이 만연해서 사고 위험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수조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타워크레인 전수조사 얘기는 지난 5월 타워크레인 사고 이후 매스컴에서 반짝 다뤄졌을 뿐 전수조사가 실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담 너머로 보고 지났을까?
건설노동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세상을 바꾸지 않는 한 누가 대통령이 되건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건설 현장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나라의 건설노동자들은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만 중시하는 후진적인 작업 방식으로 인해 피와 살점과 뼈를 도륙 당하고 영혼마저 사기 당하며 한 층 두 층 건물을 올려간다.
노동자가 수십 층 높이에서 구석진 곳으로 떨어져 죽었는데도 누가 없어졌는지도 모르다가 한 주가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되는가 하면, 넘어지고, 찔리고, 부러지고, 찡기고, 깔리며 죽어 나간 자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운다.
수사와 보도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의 조사도 원청이 말한 대로 끝나는 무지하고도 천박한 이윤체제다.
‘일이 있을 때 남보다 많이 해서 돈을 벌어놔야 한다’고들 말한다. ‘앞으로 건설현장은 줄어들 것이다’면서 말이다.
장래의 삶을 지탱하려면 좀 더 힘들고 좀 더 고달프더라도 좀 더 일을 해서 좀 더 많이 벌어놔야 한다는 생각에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여기서 ‘좀 더’라는 뜻은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를 경쟁대상으로 여기며 우선 나만 살면 된다는 사장들의 사상을 받아들여야 함을 말한다.
흉물스런 사장들의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친구, 동료, 형제, 가족마저도 경쟁의 대상이 돼, 주거비, 의료비, 생활비, 공공요금, 각종 세금 등으로 가하는 사장들의 공격에 대응 한 번 못한 채 삶을 도둑질 당할 것이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라, 임금을 올려라, 아픈 몸을 치료해 줘라, 전문 신호수제 도입하라, 기업살인법 제정하라 등처럼 사람이 사람답게 일하는 건설 현장으로 바꾸려는 행동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이윤을 위해 사람을 도구화하는 적대적 경쟁체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해질 때 우리에게 희망의 숨결이 번져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