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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우산은 불안정을 높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 우익은 미국의 핵우산부터 확인하려 든다.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닿게 되면, 미국이 시애틀을 희생하면서까지 서울을 방어해 주겠냐며 신경질적으로 걱정하면서 말이다. 우익이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에 집착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문재인 정부도 미국의 핵우산을 중시하는 면에서는 우익과 그다지 다를 게 없다. 9월 27일 대통령 문재인과 여야 지도부가 회동한 후에 나온 공동 발표문은 이 점을 명시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확장 억제의 실행력 제고를 포함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 “확장 억제”는 동맹국이 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이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모든 전력을 동원해 막겠다는 공약이다. 이는 미군 핵무기까지 동원한 대북 선제 타격 계획이기도 하다. 이런 발표문에 정의당 지도부가 동의해 준 것은 전형적인 사회민주주의적 ‘조국방어론’의 전조처럼 보여 문제적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의 도발을 견제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해 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중국이 개입하자 핵무기 공격을 심각하게 검토한 바 있다. 그리고 맥아더는 핵폭탄 30~50개를 한꺼번에 투하해 방사능 오염으로 한반도를 만주와 분리시키자는 작전 계획을 세웠다. 미군은 모의 핵폭격 훈련도 실시했다.

정전 이후, 미국은 정전협정을 어기고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들였다. 주로 소련·중국을 염두에 둔 조처였지만, 북한도 미국 핵무기의 공격 대상이었다. 한때 한국에 배치된 핵무기가 1천 기에 육박할 정도였다. 미국 핵무기는 냉전이 끝나고야 비로소 한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북한은 냉전 해체 이후에도 미국의 핵 공격 대상에서 빠진 적이 없고, 미군은 한국에서 핵전쟁 연습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냉전 하에서 미국 핵무기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제대로 억제해 주지 못했다. 한반도는 냉전 때 제국주의 경쟁의 최전선이었고, 이 때문에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1976년 판문점 도끼 살인 사건 등 여러 차례 전쟁 위기가 벌어졌다. 그때마다 미국은 북한 핵 공격 계획을 검토했다.

냉전 해체 이후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데는 미국의 핵무기에 대한 공포가 한몫했다. 남·북한의 재래식 전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다 미국의 핵 공격 위협이 지속되자, 북한 지배 관료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특히, 핵무기가 없었던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 2003년 미군 침공으로 붕괴되는 것을 보며, 북한 지배자들은 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더 절감했던 것 같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지만, 국가간 갈등 면에서는 미국 제국주의의 압박이라는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한미동맹의 “확장 억제”가 강화될수록 북한도 핵무기를 더더욱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한반도의 불안정도 항구적으로 해소될 수가 없다.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건, 한반도를 제국주의 간 갈등 속으로 더욱더 깊이 밀어 넣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미군 전술핵이 다시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엄청 자극할 것이다. 당연히 한국 내 미군 전술핵 배치 지역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 대상이 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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