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울 을지병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파업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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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8일차인 10월 17일 대전·서울 을지병원 노동자들이 서울 을지병원 앞에서 ‘저임금 해소! 비정규직 없는 병원! 환자 안전 쟁취! 대전·서울 을지병원 투쟁 승리를 위한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동 파업에 들어간 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노동자 700여 명은 상기된 표정으로 서로 열렬히 환영했다. 노동자들의 기세와 투쟁 열기가 뜨거웠다.
을지병원 노동자들은 혹독한 저임금에 시달린다. 다른 사립대병원에 견줘 임금이 60퍼센트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 노동조건 개선도 요구한다. 일부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다.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10년차 이상 간호사가 전체 간호사의 2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런데 사측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노조가 허위 선전을 한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사법처리 운운하고 있다. 이 날 집회는 이런 사측의 적반하장식 비난에 맞서 투쟁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보건의료노조 최권종 수석부위원장은 “다른 사립대 병원에 비해 임금은 60퍼센트, 인력은 70퍼센트 밖에 안 된다. 어떻게 환자를 보살필 수 있겠나?” 하며 이 투쟁을 지지·엄호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오는 10월 28일이 촛불 1주기인데, 동지들의 파업 투쟁이 촛불의 정신이고 노동적폐를 청산하는 투쟁”이라고 고무했다.
지난해 파업으로 큰 성과를 거둔 대전 을지대병원 신문수 지부장은 노조 설립 역사를 소개하면서 그동안 참고 견뎌 왔던 것들을 바꿔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 을지병원 차봉은 지부장은 이번 투쟁이 비정상적 임금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을지병원 적폐 청산이 환자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겪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의 생생한 발언은 노동자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서울 을지병원의 임현주 조합원은 직원과 환자를 존중한다는 을지대병원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꼬집었다.
“접촉격리 환자를 받았던 병실에 면역력이 약한 역격리 환자를 입원시키고, 음압기(세균이 밖으로 유출될 수 없게 만드는)도 양압기(깨끗한 공기를 집어넣고 더러운 공기를 빼내는)도 무엇 하나 구비되어 있지 않는 병실에 저희는 결핵환자, 역격리 환자들을 받아야 합니다. 이건 직원뿐 아니라 환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병원 인증 때만 1회용 알콜솜을 사용하고, 일부 병동에는 에어컨도 없습니다. 1~3년 이하 경력의 간호사들이 대부분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병원을 떠나고 있습니다."
대전의 비정규직 물리치료사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병원을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병원 난민”이라며, 고용 불안과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오히려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대전·서울 을지병원 노동자들은 이번 공동집회에서 서로 고무하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보건의료노조의 여러 지부장과 조합원들, 서울 노원구 지역 단체들도 참가해 연대를 보냈다.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보건의료노조 지부장 수십 명은 서울·대전 을지병원 지부에 투쟁 기금을 전달해 조합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임금 격차 해소하라”, “사람에게 투자하라” 등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활력 있게 행진했다.
행진 중에 입사 17년차인 대전 을지대병원 간호사는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사측은 임금을 5퍼센트 인상하겠다지만, 이는 1년치 물가상승률과 호봉상승률을 합친 자연인상분밖에 안 돼요. 다른 사립대병원과 임금 격차는 그대로인 거죠. 또, 지금 식대가 4만 7000원인데 사측은 2년에 걸쳐 식대를 5만 원 인상하겠다고 해요. 무슨 과자 값 주는 것도 아니고 기분만 나쁘죠. 명절수당도 설과 추석 때 각각 20만 원씩 주는데 이건 애초 연봉에 포함돼 있는 것을 형식적으로 떼서 주는 거에요. 하계 휴가비도 없고 2004년 이후로는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어요. 노동조건이 열악해 중간경력자도 별로 없어요. 비정규직은 2년마다 바뀌니까 숙련도도 떨어지고 있고요. 그래 놓고 의정부에 새로 병원을 짓는다는데 우리를 부려먹은 돈으로 을지재단이 돈 벌겠다는 거예요. 나뿐만 아니라 간호사 후배들도 더 좋은 처우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대전·서울 을지병원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파업 투쟁은 정당하다. 이 투쟁은 환자들의 안전과 건강과도 직결된 투쟁이다. 사측은 당장 임금을 대폭 인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