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러시아혁명사 강의》 서평:
오류와 혼란투성이 러시아혁명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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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강의한 것을 수정
눈치 빠른 사람은 짐작했겠지만, 이 책에서 박노자는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새로운 연구나 분석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주장들, 그것도 잘못된 주장들을 반복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박노자는 레닌의 초기 사상의 이론적 골자 중 하나가 전위당론이라고 소개하는데, 그 전위당은
그런데 책의 다른 곳에서는

트로츠키에 관한 장은 왜곡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박노자는 이런 왜곡과 편견에 머물지 않고 트로츠키를 스탈린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배한 비운의 인물쯤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역사가를 자처하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직무 유기
그렇다면 박노자는
레닌과 볼셰비키 그리고 혁명을 수행한 노동자 대중이 연합군의 침략과 백군의 저항에 맞서 노동자 혁명을 지켜 내고자 했던 노력들에 대한 합당한 평가는 그의 책 어디에도 없고, 국가는 필연적으로 노동자 민주주의를 억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아나키즘적 평가만 남아 있다.
정작 그가 제시한 대안은
박노자가 토니 클리프의 국가자본주의론을
박노자의 말대로라면, 소련의 집권 세력이 왜 통제를 늦추어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만들었을까 하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후에라도 통제를 재강화하는 쪽으로 국가 운영 방향을 되돌렸으면 효율성이 회복됐을 것인가 하는 물음과 함께 말이다.
이 물음에 대해 그가
박노자는 적색개발주의론에 대한 비판에 약간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그 이유는 스탈린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을 그 시대를 살면서 온갖 고통과 착취를 감내했던 민중에 대한 비판과 혼동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적색 개발주의 하에서 완전고용, 무상의료, 상당히 좋은 생활조건 등을 보장해 줬으므로 신자유주의 사회보다는 더 낫다고도 여긴다. 그래서 박노자는 스탈린주의 체제가 사회주의와는 구분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옛 소련과 북한 또는 중국 같은 사회를 옹호한다.
반면, 박노자가 속한 노동당은 북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그런데도 그 당이 북한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박노자를 비판하지 않는 것은 그의 영향력 없음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노동당의 무원칙함을 뜻하는 것일까?
박노자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좌파적 주장을 펼치면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국에 살았다 해서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6월 항쟁을 떠오르게 하는 묘사인 듯하지만, 사실을 온전하게 진술한 것이 아니다. 6월 항쟁 기간에도 갈수록 기층 민중의 참여가 두드러졌지만, 무엇보다 7~9월 노동자 투쟁을 1987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묘사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100주년이 되는 러시아혁명에 관해 생생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존 리드가 쓴 《세계를 뒤흔든 열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