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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나치가 대규모 시위를 벌였지만 대항 움직임도 있다

11월 11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나치가 이끄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이는 유럽 곳곳에서 우익 포퓰리즘과 나치가 성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일이다. 한편 나치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비록 그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대항 집회를 조직했다. 폴란드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단체 ‘노동자민주주의’ 활동가 안제이 제브로프스키가 그 소식을 전한다.

11월 11일 폴란드 독립기념일에 수도 바르샤바에서 나치가 이끄는 수만 명 규모의 행진이 개최됐다. 반나치 활동가들은 같은 시간에 수천 명 규모의 대항 집회를 개최했다.

나치 행진에는 켈트 십자가 등 나치 상징이 그려진 깃발이 나부꼈다. 배너에는 이런 말들이 쓰여 있었다. “유럽은 백인의 땅으로 남든가 아니면 황폐화될 것이다”, “형제 나라들의 백인 유럽”, “순수한 혈통, 냉철한 정신.”

나치 행진 참가자들은 유대인 차별적이고 이슬람 혐오적이고 좌파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다른 나라에서 온 나치 쓰레기들도 행진에 참가했다. 헝가리 요빅당의 부대표 라슬로 토로츠커이, 이탈리아 ‘포르차 누오바’의 지도자 로베르토 피오레,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슬로바키아의 밀란 마주레크, 스페인 민족민주당의 마누엘 세라노 등이 참석했다. 영국의 나치 토미 로빈슨도 참가했다.

행진 시작 전 어느 용감한 여성이 나치들이 모인 성당에서 배너를 펼쳤다. 그 배너에는 폴란드인인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한 말이 적혀 있었다. “인종차별은 죄악이다.” 그 여성은 성당 밖으로 거칠게 끌려나갔다.

나치 집회에서 여러 사람이 히틀러의 나치와 저들이 유사하다는 것을 폭로하는 배너를 들었는데 당국은 그들을 체포했다. 배너에 나치 문양이 있으므로 파시즘을 퍼뜨리려 한다는 [황당한] 이유에서였다.

용감한 여성 8명이 “파시즘을 저지하자”는 말이 적힌 배너를 들고 나치 행진에 침투했다. 나치들은 그 여성들에게 침을 뱉고 그 여성들을 발로 차고 행진에서 쫓아냈다.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나치 깡패들이 제멋대로 구는 것을 놔뒀다. 그러나 반나치 시위 곳곳에는 경찰이 있었다.

수년 동안 나치들은 폴란드 독립기념일에 사람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일 기회를 잡아 왔다. 나치들이 연중 다른 때 조직할 수 있는 규모보다 이 ‘독립 행진’은 몇 배나 큰 규모다.

그동안 우파 정치인, 언론인, 방송인들은 나치를 정상화시켜 왔다. 나치들을 신자유주의에 반대할 뿐인 “애국자”라고 불렀다.

2015년 선거 이후로, 인종차별적 우파 여당인 ‘법과정의당’은 이런 종류의 선전을 강화했다. 이는 나치가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독립 행진’에 참가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줬다.

정부는 국영방송을 동원해 난민을 겨냥한 인종차별을 부추겼다. 정부의 말과 나치의 말이 구분되지 않을 때가 흔하다.

이날 반나치 시위는 나치 시위보다 훨씬 작았다. 그래도 수천 명이 참가했고, 그중에는 생애 처음으로 집회에 나온 사람도 있었다.

11월 11일 폴란드 나치 시위에 대항에 벌어진 반나치 시위 ⓒ출처 Lambda Warszawa

지난 선거에서 55만 표를 득표한 좌파 정당 라젬(“함께”라는 뜻)을 포함한 좌파 조직들, 낙태권 옹호 활동가, 아나키스트, 노동조합 활동가, 성소수자 활동가, 녹색당원들이 이날 반나치 시위에 결집했다.

나치를 “나치”라고 부르는 캠페인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독립 행진’ 조직자들이 나치임을 알아보고 있다.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올해 나치 행진이 역대 최대 규모였던 것은 아니다. 경찰의 추산이든 바르샤바시 당국의 추산이든 올해 나치 행진은 지난해보다 작았다. 그리고 경찰이 올해 행진 규모를 6만 명이라고 한 것도 내무부 장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큰 과장이었다.

내무부 장관은 나치 행진이 “아름다웠다”고 했다. “많은 폴란드인이 독립기념일 기념 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것이 자랑스럽다.”

그래도 나치의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폴란드 국내외에서 나온 반응에 정부는 약간 움찔했다.

11월 12일 문화부 장관은 나치 행진에 등장한 인종차별적 배너를 정부가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내무부 장관은 그런 배너를 보지 못했다고 발뺌했다.

수년 동안 나치들이 이번과 같은 대규모 행진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번 집회에서 많은 반나치 활동가들은 나치에게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조직한다면 반나치 운동은 크게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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