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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국빈 초대, 어떻게 봐야 할까

11월 22일에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가 한국에 온다. 트럼프에 이은 문재인의 두 번째 국빈 초청이다. 미르지요예프 역시 문재인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회에서 연설도 할 계획이다.

나는 우즈베크인 친구가 여러 명 있다. 기숙사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며 친해졌고, 초대를 받아 우즈베키스탄에 다녀온 적도 있다.

그 중 한국에 다시 돌아온 한 우즈베크인 친구가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한국 사람들에게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이야기 하면, 사람들이 북한에 관한 얘기로 착각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북한이랑 조금 비슷한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아마 목화밭 강제노동 같은 얘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 중 하나니까 말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정부가 부과하는 목화 수확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목화 수확 철인 가을마다 아동들이 학교에 나가는 대신 목화밭으로 가서 강제노동해야 한다. 성인도 강제노동에서 예외는 아니라서, 공무원인 의사와 교사들이 강제노동에 동원되어 병원과 학교가 문을 닫기도 한다. 이런 사정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돼서 그런지, 나는 단순 여행객이었는데도 사방에 널린 목화밭의 사진조차 찍을 수 없었다.

그 친구가 목화밭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아마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그 친구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대학이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 한 원래 거주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고(원래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 직장을 잡는 것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어려운 일이다), 여행도 매번 신고해야 하며 일정 기간 이상 여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경찰은 무척 부패한 데다가 사방에 깔렸기에, 틈만 나면 여권(신분증 역할을 한다)을 검사하려 들고 뇌물을 주지 않으면 이것저것 트집을 잡기 일쑤다.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무려 25년간 ‘통치’를 해왔다는 이야기도 했을까? 1991년에 집권한 그는 지난해 뇌출혈로 사망하기까지 25년간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 미르지요예프는 우즈베키스탄의 두 번째 대통령으로, 카리모프의 정치적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르지요예프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3년간 총리를 지냈고, 카리모프 사망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친구는 카리모프 시절 벌어진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납치·고문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정치범이 여전히 수감 중이다. 친구의 고향에서 10여 년 전에 벌어진 시위대 학살 사건도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백에서 수천 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우즈베키스탄은 북한과 다르다.

우즈베키스탄은 미국 CIA가 ‘테러 용의자’를 심문할 비밀 시설을 제공해 왔다. 물론 CIA는 마음 내키는 대로 테러 용의자를 지목하고, 재판도 없이 구금·고문을 한다.

우즈베키스탄에는 한국 기업들이 꽤 많이 ‘진출’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하는 목화는 한국 지폐 제조에도 사용한다. 한국조폐공사가 우즈베키스탄 최대 목화가공업체 지분의 65%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35%는 포스코대우(옛 이름 대우인터내셔널) 소유다. 한국 외교부는 앞서 말한 대통령 카리모프가 죽었을 때 “위대한 지도자” 운운하며 애도를 표했고, 이명박은 “냉엄한 국제 사회에서 따뜻한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카리모프의 후계자 미르지요예프를 트럼프에 이어 두 번째 국빈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고 국회 연설 기회도 주겠다는 문재인도 이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이런 우호적 태도와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대조해 보면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과 한국 같은 그 협력자들이 북한을 ‘악마화’하는 건, 북한이 유일한 ‘악마’라서가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써먹을 데가 많은 ‘악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는데 북한을 어떻게 써먹을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이 받는 고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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