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을 선별복지로 후퇴시키는 문재인 정부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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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0~5세의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2018년 예산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은 아동수당 지급 시기를 내년 7월에서 9월로 늦추고,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하자는 보수 야당들의 요구에 합의해 소득 상위 10퍼센트 수준에 해당하는 가정의 아동은 수당 정책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 소득이 720만 원이 넘으면서 순자산이 6억 6000만 원인 가정(전국 25만 3000명)은 아동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1조 1000억 원의 예산 중에서 1000억 원 정도를 줄이게 됐다. 이 금액은 대기업 법인세 인상 적용 대상 기업을 애초 129곳에서 77곳으로 대폭 줄이면서 사라지게 될 세수 3천억 원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보수 야당들이 ‘고소득층’이라고 하는 상위 10퍼센트에는 맞벌이 가정과 빚내서 겨우 집 한 채 갖고 있는 노동계급이 다수다. 이들은 온갖 세금은 다 내면서 정작 복지 혜택에서는 제외되는 것이다.
아동수당을 선별복지로 후퇴시키는 것은 노동계급 재생산 비용을 최대한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계급은 가난을 입증해야 하는 선별복지가 아니라, 재벌·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어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 처리를 두고 〈한겨레〉는 사설에서 “야당을 압박한 끝에 적잖은 양보를 받아냈다”면서 민주당의 협상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은 늘어나는 세금만큼만 지출하려는 의도로 작성됐기 때문에 일자리와 복지를 확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을 넘겨받은 민주당이 ‘협상’이란 명목 하에 공무원 증원 삭감, 기초연금 지급시기 지연, 아동수당 후퇴로 문재인 정부의 퇴로를 열어 줬다.
지속되는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 의식 속에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르는 비용은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무상보육을 시행한다고 했지만 재정지원을 충분히 하지 않고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와 각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 실질적으로 교육재정이 삭감돼 진보 교육감들이 반발하고 노동자들이 투쟁했다.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는 무상보육 중단 위기 때문에 부모들의 불만이 팽배해졌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 문재인 정부는 5월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번 합의에서 2018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통과시켰다. 그런데 2019년부터 올해 지원액 이상으로 정부 지원을 늘리지 못하게 돼 앞으로 누리과정 예산 증액이 어려워졌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고교 무상교육의 재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조달하기로 하면서 정부 지원 여지를 없앴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금 징수는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무기 구입에 수조 원을 쓰려 하면서 노동계급에게 제공되는 복지는 후퇴시키고 있다. 노동계급은 문재인 정부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면서 복지 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