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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자식을 둔 노동자 부모가 말한다:
성소수자 운동 주류의 노동자연대 배제는 연대 정신을 해치는 일입니다

저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이고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연대 회원이기도 합니다.

제가 성소수자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1년 ‘맑시즘’에 참가해서였습니다. 당시 ‘동성애 혐오와 한국사회, 해방의 정치’라는 워크숍을 들으며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에는 제 아들이 성소수자일 줄은 전혀 몰랐죠. 당시에는 단순히 제가 노동조합 간부로서, 이런 일이 조합원이나 친구들에게 닥치면 어떻게 말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제 아들이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저는 2014년 10월경부터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아들과 함께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에도 참가했죠. 퀴어문화축제에도 갔습니다.

처음 부모모임에서 활동했던 사람은 저를 포함해 4~5명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0여 분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실무진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모모임이 지역과 대학들을 돌았습니다. 여러 상황들에 대한 토론과 상담 활동을 했는데, 이것이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여기에는 부모와 자식들이 함께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못 했던 자식들이 와서 상담하기도 했고, 부모들이 성소수자 자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기도 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배우는 시간들이 됐죠.

2015년 맑시즘 “성소수자와 그 아빠가 함께하는 이야기” 워크숍에서 권영한 씨가 그의 아들을 안아주고 있다 ⓒ이윤선

‘왕따’ 현상

또, 부모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이 겪은 경험들을 글로 쓰고 책으로 만들어 나눠 주기도 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졌고, 우리 자식들을 혐오하는 세력들에 함께 맞서 우리가 방패가 돼 주자고 했죠. 그래서 이런저런 행사에도 참가하고, 현수막도 펼치고 부모모임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울산 퀴어라이브에서 노동자연대에 대한 ‘제명’ 시도가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죄송하게도 제가 당시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어요. 제가 야간 택배 일을 하고 있고, 최근 개인사가 많아서 활동을 긴밀하게 못 하고 있었거든요.

울산 퀴어라이브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아 보니, 그 과정과 결과가 전혀 정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노동자연대 회원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노동자연대의 말만 듣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이래저래 알아 보니, [주최 측이] 먼저 노동자연대를 초대해 놓고는 나중에는 제명을 시도했고, 그 이유도 합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명과 같은 특별 결의를 하려면 적어도 사실 관계에 기초해 정확한 진상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 당사자 의견도 충분히 듣고요. 게다가 소수 단체들이 제명한다는 것도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죠. 이건 진보운동에서 듣도 보도 못한 초등학교 ‘왕따’ 현상 같은 것입니다. 이것은 소수가 다시 소수를 배척시키는 사실상의 폭력입니다. 제가 현장에 있었다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연대 정신을 해치는 일입니다. 연대란 여러 의견과 다양성을 모아 내는 것입니다. 작은 차이는 서로 이해하고 극복하면서 큰 틀에서 동의할 수 있는 것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더 큰 힘이 생기는 것이죠.

저는 화물연대 조합원입니다. 개인의 힘으로는 화물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여서 ‘화물운송 특수고용직노동자연대’를 만든 거죠. 그리고 화물연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철도·버스·택시·공항·항만 등의 노동자들이 뭉쳐 전국운수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더 큰 힘을 만들어 내고자 발전·전기·가스 등의 노동자들과 함께 전국공공운수노조로 조직을 확대했습니다.

성소수자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는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합니다. 학교, 군대, 직장 등 모든 곳에서요. 특히 직장에서 성소수자라는 게 알려지면 심지어 해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여러 단체들이 모여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것은 내 자식들의 문제이고, 인권의 문제이고, 우리의 미래 사회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죠.

공통의 목소리를 함께 내고, 만약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면 치열한 토론을 거쳐야 합니다. 노동자연대가 성소수자 쟁점 활동을 열심히 해 온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성소수자 운동 일부에서 노동자연대를 배제해야 한다는 제기가 계속 있다면 양측이 모두 모여 공개 토론회를 해야 합니다. 다같이 모여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평가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잘못한 부분이 정확히 파악되면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 사태가 심각하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 대사관과 구글의 후원

한편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미국 대사관과 구글의 후원을 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 부모들이 이 모임을 하는 이유는 아주 소박합니다. 내 자식이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핍박받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서 나선 것입니다. 또, 사회의 집단적 혐오에 대항하는 것을 넘어 평등 세상이 오는 것을 앞당기기 위해 나선 것이죠.

아마도 [부모모임 내에서는] 미국 대사관이나 구글의 후원을 받는 것에 대해서 단순하게 ‘우리가 힘든 일을 하니까 후원해 줘서 고맙다’라고 생각하는 게 다수일 것입니다.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좀 더 본질적으로 보면 자본과 미국의 후원은 환영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에 적응돼선 더욱 안 되고요. 자본에게 이용당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자본은 야누스적입니다. 그들이 돈을 후원해 주는 것은 반드시 목적이 있기 때문이죠.

서구에서는 자본에 반대하는 성소수자 운동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구 운동은 어떻게 분화했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자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한국 성소수자 운동에서 일부가 경제적, 사회·정치적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혀 불필요한 타협의 길을 가려고 한다 해도, 좌파가 바르게 가는 길을 멈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 성소수자 운동이 전진하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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