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지도부의 낙태죄 폐지 추진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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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들이 이정미 정의당 대표(세례명 오틸리아)와 심상정 의원(세례명 마리아)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두 의원이 가톨릭 신자인데도 낙태죄 폐지를 옹호한다고 매도하고 있다.
《월간 조선》은 “이들 의원이 소속된 본당 신부가 신자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일부 사제의 주장을 부각해 보도했다. 일부 가톨릭계 낙태반대론자들은 심지어 두 사람의 신자 자격 박탈을 주장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인데도 이런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은 마녀사냥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미 대표는 낙태죄 폐지 청와대 청원 이후 낙태죄 폐지 법안 발의를 약속했고, 심상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 허용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태아가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여성의 자기결정권보다 더 보호받아야 한다는 가톨릭계 낙태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그 자체로도 모순일 뿐 아니라 여성차별적이다.(관련 기사: 본지 231호 ‘그리스도교 우파의 태아 ‘생명권’ 논리를 반박한다 ― 낙태는 “살인” 아니라 여성의 자기 결정권’, 232호 ‘낙태권 운동 ― 여성의 몸은 여성 자신의 것이다’) 게다가 이는 가톨릭 신자 대부분의 실제 삶과도 맞지 않다.
태아는 임신한 여성 신체의 일부분이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다. 무엇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은 언제든 생겨날 수 있고, 그 경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하는 데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낙태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결국 여성들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낙태금지론자들의 “생명 보호” 주장에 정작 여성의 생명과 삶과 건강은 빠져 있다. 이에 반대해 낙태죄 폐지에 나선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의 대의와 명분은 완전히 정당하다.
정의당 당원들이 행동해야 한다
낙태 관련 법안 개정을 위한 정의당 내 토론이 시작됐다. 12월 12일 열린 낙태죄 폐지 당원토론회에서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형법상 낙태죄 폐지와 낙태 허용 조건 완화를 골자로 한 안을 발제했다.(이 안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본지 232호 ‘낙태권 운동 ― 여성의 몸은 여성 자신의 것이다’ 참고)
토론자로 나선 박인숙 여성위원장은 낙태 허용 조건을 정책위원회의 안보다 더 완화하자는 요지의 제안을 했다. 가령 사전 상담 과정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의무화하지 않되, 시술 전에 의사가 상담 절차를 안내하는 것만 의무화하자는 제안이다. 또한 성인보다 더 열악한 조건에 놓일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본인 요청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는 안도 검토하자는 제안이다.
김종명 정의당 건강정치위원장은 (25주 이후 태아의 경우 여성의 몸 밖에서 의료적 도움을 통한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계 견해를 소개하면서도) 후기낙태를 포함해 기간과 무관하게 법적 처벌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한 낙태를 위해 낙태의 허용 범위를 넓힐 뿐 아니라, 여성 건강을 위해 안전하고 저렴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수여야 하며,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낙태 허용 범위를 더 늘리자는 취지의 주장이 더 우세했고, 낙태 전면 금지 입장의 세력은 작았다.
물론 이 토론회가 끝은 아니다. 정의당은 이 토론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일주일간 ‘전 당원 온라인 토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의 낙태죄 폐지 법안 발의에 대한 반발도 일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낙태권은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여성 차별에 일관되게 반대한다면 낙태죄 폐지와 낙태 권리 보장을 지지해야 한다.
정의당 지도부의 낙태죄 폐지와 낙태 허용 법안 발의 추진이 굽힘 없이, 일관되게 이뤄지길 바란다. 또,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논의의 지평이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