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와대 주최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지도자들의 참가는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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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가 12월 22일 발표한 성명이다.
12월 21일 청와대 주최로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청와대는 이 행사에 (재)공공상생연대기금 관계자들을 초대했는데,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한국노총 금융노조, 공공노련, 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소속 노조 지도자들이 대거 참가했다.
유감스럽게도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박배일 위원장 직무대행과 산하 23개 공기업‧준정부기관 노동조합 대표자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 13명이 참가했다.
공공운수노조 지도부는 행사 당일 이 행사에 참가하는 취지를 설명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러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공공상생연대기금 출범이 가지는 중요한 교훈을 사회적으로 되새기고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 상무집행위 내에서도 이 행사 참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공운수노조의 핵심 노조인 철도노조 강철 위원장은 옳게도 행사 참가에 반대하고 불참했다.
공공운수노조의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 참가가 알려지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들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철도노조서울지방본부,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공공운수현장활동가모임에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비판의 핵심은 명료하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이 커다란 실망과 불만을 낳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들러리 행사를 치장”하지 말라는 정당한 문제제기다.
문재인은 민주노총과 대화하자면서도 당연히 선결돼야 할 한상균 위원장 사면과 이영주 사무총장 수배 해제 요구를 외면하고 전교조·공무원노조의 노조 인정도 거부하고 있다. 핵심적인 노동 적폐 청산은커녕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임금 체계 개편 등 오히려 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표 작품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수개월 째 난항을 겪으며 제대로 되는 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정규직 전환의 대표 사업장으로 알려진 인천공항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운수노조가 대정부 투쟁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만나 현 상황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하기로 한 것”은 옳지 않다.
실제 문재인은 이날 행사에서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이 자발적 양보에 나선 것을 칭찬하며 “사회적 대화 체제 복원 및 재가동”을 강조했다.
문재인이 노동계에 양보를 주문하며 한 말은 여러 중요한 노동 현안에 대한 해결 의사가 아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딱 1년 만 정부를 믿고 힘을 실어 달라”는 것이다. 문재인이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노동계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바로 이런 것이다. 거대한 촛불 운동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이 빚을 갚기는커녕 노동자들에게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민주당사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지도자들을 초대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노동운동을 분열시키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이를 통해 결국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이를 뻔히 알고도 청와대 행사에 적극 참가한 일부 노조 지도자들의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공공운수노조 지도자들이 청와대 행사 참가에 대해 만만치 않은 비판이 있을 것을 알고도 참가를 결정한 것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노동시간 정상화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자연대가 줄곧 지적했듯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미온적인 개혁조차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지금, 노정 ‘협력’으로 정부의 양보를 얻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보듯, 노사정 대화와 협상 추진에 힘을 쏟느라 정작 미온적인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을 강제할 투쟁을 조직하는 일에는 소홀했다. 그 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형국이 되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를 봐도, 공공연대기금과 같은 노사정 협력 추구는, 문제를 푸는 열쇠이기는커녕 정부의 양보를 강제하는 데 필요한 노동자 투쟁을 약화시킬 위험이 더 크다.
2017년 12월 22일
노동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