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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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유엔(UN) 총회에서 ‘예루살렘 결의안’이 채택됐다. 결의안 내용은 ‘예루살렘의 지위를 변경하려는 목적을 가진 어떤 결정과 행동도 무효화하고, 관련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에 대한 공분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엔이 악랄한 트럼프를 견제하며 세계 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국제기구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상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많은 유엔 결의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결의도 법적 구속력(실효성)이 없고 무엇보다도 미국 또는 트럼프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한계가 있다.
유엔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의 제안으로 창설됐다. 제2차세계대전 승리로 세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은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만들어 자국의 주도권 하에서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를 원했다. 미국뿐 아니라 제2차세계대전의 다른 승전국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받는 ‘질서와 안정’을 원했다.
이런 탄생 배경 때문에 유엔은 초기부터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 제국주의 강대국, 특히 미국의 입맛에 맞는 구실을 해 왔다. 1961년 미국은 유엔 안보리만이 군사 행동을 허가하는 권한을 갖게 만들었고 재정 압박으로 유엔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1991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 케야르는 이렇게 불평했다. “유엔 안보리는 작전이 개시된 뒤에야 미국·영국·프랑스로부터 [걸프] 전쟁 과정을 통고받고 있을 뿐[이다.]” 이번 ‘예루살렘 결의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결의로 채택되지 못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총회 결의로 채택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팔레스타인 분할안
유엔이 창립 이후 맨 처음 한 일이 바로 1947년에 팔레스타인의 토지를 강탈한 시온주의 군대의 행위를 인정하고 이스라엘 국가를 승인하는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채택한 것이었다! 유엔은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평화에 진정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유엔은 1991년 걸프전을 승인해 서방이 이라크인 25만 명을 학살하고, 이후 13년간 경제 제재로 이라크 어린이 50만 명을 죽게 방조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미·소 대리전이었던 한국전쟁 때 유엔은 미국의 가리개로서 개입했다. 미군은 15개국의 부대를 거느리고 유엔 깃발을 달고 왔다.
1963년 미국이 베트남을, 1968년 옛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1975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같은 해 터키가 키프로스를,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유엔은 지켜보기만 했었다. 이 외에도 그동안 유엔의 ‘인도주의적’ 개입의 역사를 보면 비극만 낳았을 뿐이다. 얼마 전 채택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도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 뿐이다. 유엔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면서 ‘평화’라는 포장지를 씌워 줄 뿐이다.
유엔이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하물며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유엔의 결정을 무시하는 일도 빈번했다. 유엔은 쓸모없거나 오히려 평화를 파괴해 왔다.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자본주의적 국제기구에 기대를 걸지 않고 제국주의에 맞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벌일 때, 평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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