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6퍼센트 무기계약직 전환이 “차별 없는 일터” 조성?:
경기교육청의 꾀죄죄한 ‘정규직 전환 방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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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월 16일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인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만 8925명 중 고작 1813명만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 안에는 이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도 포함됐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들은 초등돌봄전담사 1100여 명에 불과하다. 심의 대상 중 겨우 6퍼센트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많게는 10년, 최소한 2년 넘게 상시·지속 업무를 해 온 노동자들 대다수가 이번 전환 대상에서 배제됐다. 그조차 온전한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수준인데도 말이다.
이재정은 뻔뻔스럽게도 “차별 없는 일터 만들기를 위한 정부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경기교육청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의결한 권고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무기계약직으로라도 전환되길 간절히 바란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완전히 우롱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즉각 불만을 터뜨렸다. “진보교육감이라 자칭하며 한 사람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던 이재정 교육감이 아이들의 교육과 복지를 위해 헌신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바닥으로 내쫓는 만행을 저질렀다!”(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말 못할 설움과 차별을 겪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을 때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필요한 예산도 책정하지 않고 책임은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버렸다. 그리고 지난해 9월 교육부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가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을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이후 열린 시도교육청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는 더 많은 이들을 배제하고 있다.
분노
결정 과정도 철저히 비민주적이었다. 경기도교육청 정규직 전환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기는커녕 심의 내용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심의위원 10명 중 노동계 추천 인사는 겨우 1명이었다.
심지어 전환 심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장애 학생의 진로를 상담해 주는 진로직업교육 지원가들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 중에는 2월 말 계약 만료 시기가 도래하면 해고 위기에 처할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분노로 바뀌면서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는 매서운 한파에도 1월 9일부터 경기도교육청 본관 앞에서 “예외 없는 정규직 전환 촉구 노숙 농성”을 8일간 진행하고, 심의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열린 1월 15일 투쟁을 결의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정규직 전환’ 방안을 발표한 직후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심의 결과를 거부”한다고 밝히고 “전체를 예외 없이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도 1월 15일 조합원 300여 명이 모여 경기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제대로 된 무기직 전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교육청 안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경기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이재정이 이 곳에서 형편없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른 시도교육청의 결정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시도교육청에서도 저항이 확대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월 16일 전북교육청 본관 농성에 돌입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