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두고 싶은 이라크
〈노동자 연대〉 구독
이라크를 기억하는가? 만약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왜냐면 정부는 대중매체의 용감한 지원을 받아 우리가 이라크를 잊어 버리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BBC의 TV 프로그램 ‘투데이’에서 보건부 장관 존 레이드가 핀에 꽂힌 나방처럼 버둥거리며 했던 말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많은 노동당 유권자들이 이라크 문제에 대해 당으로부터 엄청난 소원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토니 블레어와 그의 각료들이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될 것이다.
대중매체는 이라크에 관한 보도를 효과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이라크를 기억에서 지우는 노력에 공모하고 있다. 마치 지난 1월 말 선거 이후로는 이라크 사정이 좋아져서 자세한 보도를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집단적인 결정이라도 한 것 같다.
때때로 이상한 이야기가 새어나오고 있기는 하다. 예컨대 지난 주 우리는 1월 선거에서 의회 다수당으로 선출된 정당이 마침내 정부를 승인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합의에 도달하는 데 두 달 이상이 걸렸다는 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증거라고 보기엔 어렵다. 오히려 이것은 미국이 민족이나 종교에 따른 동맹들 간의 거래를 바탕으로 한 체제를 도모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반영할 뿐이다.
수니파가 우세한 이라크 중부 지방에서는 압도적으로 선거를 보이콧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다른 두 세력이 의회를 장악하게 됐다.
첫째는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정당들이었다. 그들의 지도자들은 한때 터키 국경을 넘나들며 전리품 밀매를 위해 벌였던 싸움을 중단하고 이제 그들의 운명을 전적으로 미국에 맡겨 버렸다. 그들은 그 보상으로 대통령직을 얻었고, 그 직위는 쿠르드애국연합의 잘랄 탈라바니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가장 큰 몫은 통일이라크연맹이 가져갔다. 시아파 무슬림의 지도적 성직자 아야툴라 알리 알-시스타니의 후원을 받고 있는 이 세력은 미국 점령의 종식 시한을 정하겠다는 공약을 걸고 선거 운동을 벌였다. 통일이라크연맹의 이브라힘 알 자파리는 새 정부의 총리이다.
미국의 중동연구정보프로젝트의 크리스 토엔싱은 통일이라크연맹은 자신들의 선거 공약을 어기고 있다며, “지금 당장은 미국이 통일이라크연맹의 보호자”라고 말한다. 탈라바니는 일요일 CNN과 한 인터뷰에서 그의 정부는 적어도 2년 동안 “미국과 동맹군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8백억 달러 추가 지출을 위한 의안을 가결시키려 하고 있다. 이 돈의 일부는 이라크의 새로 선출된 국회의원과 각료들의 손에 고스란히 들어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라크의 정치 권력이 종단주의 세력들 간에 분할돼 내전이 일어나기 전의 레바논처럼 되기를 미국이 바라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부패한 권력기구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워싱턴의 최후 방어선은 쿠르드 족으로 하여금 공동 정부를 이탈해 분리 정권을 형성하도록 조장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 하에 북부의 석유매장지역을 통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중매체의 이라크 관련 보도 통제는 더 나아가, 점령에 반대하는 무장 투쟁이 줄어들고 있다고 미국 장성들이 그 매체에서 주장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게릴라들은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이라크의 한 고위 장성을 납치했다. 지난 토요일에는 꼭두각시 군대의 군인 15명이 바그다드 남쪽 라티피야 부근에서 매복 습격을 받아 살해당했다.
지난 주 토요일[4월 19일]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바그다드의 수만 명의 대규모 시위대열이 피르두스 광장으로 행진해 갔다. 그 광장은 2년 전 후세인의 동상 제거 장면이 연출됐던 바로 그 곳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2003년 미국의 침략 이후 아마도 최대 규모의 정치적 항의 시위”에서 이상하리만치 시위자들은 자비로운 미국의 점령 하에서 얻은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축하하지 않았다.
그들은 “점령 반대”와 “미국 반대! 사담 반대! 이슬람 만세!”를 외쳤고 아부 그라이브 등지의 감옥에서 미국인들에 의해 자행된 고문을 무대에서 재현했다. 이 시위는 급진적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의 지지자들이 조직했다. 국회내 상당한 세력이 그에게 충성하고 있으며, 이들은 저항 세력과 가까운 가장 중요한 정치 세력이다.
새 정부의 역겨운 정치인들과 그들의 미국인 지지자들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방한 강연
5월 21일(토) 중앙대 : 21세기 자본주의 ─ 노동계급은 사라지는가?
5월 22일(일) 서울대 : 정당과 사회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