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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재처리 논란 - 위기관리에 실패한 미국

지난 4월 18일 북한 영변 원자로 가동이 4월 초부터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북한이 원자로 폐연료봉 교체 과정에서 핵 재처리를 시도해 플루토늄을 제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곧장 불거졌다. 이로써 지난 2월 10일 북한의 핵무장 선언에 이어 겨우 두 달 만에 북핵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은 처음에 북핵 문제에 대한 비난 강도를 더욱 높이는 듯했다. 스콧 맥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공식 상정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으름장은 오래가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며 말꼬리를 흐리고 있다. 지난 2월 논란 당시와 비슷하게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추진하지 못한 채, “6자회담 복귀”만 되 뇌고 있다. 이제는 아예 중국에게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는 신세가 됐다.

그 동안 미국은 걸핏하면 “북핵 위협”, “북한 인권” 운운하면서 대북 압박을 가해, 북핵 위기를 부추겨 왔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북핵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여전히 이라크 점령과 중동 재편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총선 뒤에도 저항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집트의 친미 독재정권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중동 개입에도 반대하는 반독재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 재편 시나리오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순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나 이란으로의 확전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가할 여력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갈등이 심하고 분열해 있는 동아시아 제국주의 국가들을 대북 압박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기도 쉬운 게 아니다. 당장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한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조치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이라크의 저항과 국제 반전 운동의 성장이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에 속도를 더해 주고, 이러한 요인이 북핵 위기에서 미국을 쩔쩔매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주체주의자들은 북한의 군사력(“선군정치”)이 미국 제국주의의 위기의 근원인 양, 북한 핵무장을 지지한다. 북한 핵무장은 일본과 중국 등의 핵무장을 부추겨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 핵경쟁 심화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 핵무장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국과 북한에 대한 양비론은 더욱 경계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번 핵 재처리 논란에 대한 성명에서 “북한의 추가조치나 미국의 제재조치 모두 … 상호 강경조치만을 불러올 악수이다” 하고 미국과 북한을 ‘공평무사’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관점은 제국주의 체제에서 국가 간 힘의 불균형을 무시하는 것이다. 불균형한 조건에 대해 균형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힘의 우위에 있는 세력에게 힘을 실어 주는 셈이다.

무엇보다 양비론은 현재 북핵 위기가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들 ―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한 침략·점령·압박 등 ― 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지 않음으로써 일관된 반제국주의적 실천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 미국은 진퇴양난 상황에 놓여 있고, 따라서 반제국주의 운동에게는 더한층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을 더 커다란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일부 좌파 민족주의자들처럼 ‘주한미군 철수’에 집중하기보다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이라크와 중동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에 반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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