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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로 쌓아올린 삼성

이재용의 부패·비리는 뿌리 깊은 삼성 정경유착의 최신판이다. 2005년 참여연대는 삼성이 그동안 정계에 제공한 불법 정치 자금이 860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뿐 아니라 정확히 알 수 없는 규모의 비자금으로 행정·사법부에 영향을 끼쳐 왔다.

5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이재용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삼성 반도체 산재 피해자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가 참가했다 ⓒ이미진

삼성의 역사는 부패와 비리로 뒤덮여 있다. 이병철은 1938년 삼성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삼성상회’를 세워 부동산과 양조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중일전쟁 때 만주의 일본군에게 군량미와 청과물 등을 팔아 돈을 벌어들였다. 이병철은 해방 직후 일본을 방문해 전 조선총독부 수석총무국장 호즈미, 조선식산은행 마산지점장 히라다 등을 만났다면서 그들과의 친분을 자랑했다. 해방 후 적산(일본인들이 남겨 두고 간 재산)과 미국의 원조 자금이 이병철의 사업 밑천이 됐다.

이병철은 독재 정권과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 갔다. 4·19 혁명에서는 부정 축재자 이병철 처단 요구가 울려 퍼졌다. 5·16 쿠데타 이후 설치된 부정축재처리위원회는 이병철이 이승만 자유당 정부에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조세 포탈 등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병철은 곧장 한국경제인협회를 만들었고, 박정희는 이병철을 면책해 줬고, 삼성은 기계·화학·전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갔다.

이병철은 전두환 정권에 8회에 걸쳐 총 220억 원을 바쳤다. 정주영의 현대와 함께 전체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전두환 정권 하에서 삼성은 고속도로 건설, 반도체, 율곡사업 등 온갖 이권을 챙길 수 있었다. 또, 전두환 정권의 부실기업 정리 등으로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은 자본 축적의 기회를 잡았다.

이건희는 노태우 정권에 9회에 걸쳐 250억 원을 줬다. 1995년 이건희는 노태우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혐의로 소환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2년 후 김영삼 정부는 그를 사면했다.

세습

삼성은 김영삼 정권에게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허가를 받고서 1997년 대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에 (밝혀진 것만) 10억 원을 전달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인주는 김대중 쪽에도 5억 원을 건넸다.

2002년 대선에서 삼성이 대선 후보들에게 뿌린 돈만 380억 원이 넘는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340억 원이 넘는 돈을 제공했음이 당시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당시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장 이학수를 통해 노무현 대선 후보의 비서이던 안희정에게로 30억 원이 흘러 들어갔다.

삼성과 부르주아 정당들, 검찰이 유착돼 있음은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로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이건희는 무혐의로 풀려났고, 오히려 이 파일을 폭로한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이 사건을 담당한 게 황교안이다.)

정당만이 아니다. 2007년 삼성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오랫동안 법원과 검찰 등에 자금을 뿌리면서 “장학생”을 키워 왔다고 폭로했다.

이렇게 쌓아 올린 부와 권력은 편법을 동원해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세습됐다. 이건희가 이병철한테서 삼성을 통째로 물려받았을 때 낸 상속세는 15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1995년 이건희는 자기 자식들에게 60억 원을 물려주고 증여세 16억 원을 냈다. 그의 자식들은 나머지 46억 원으로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구매했고, 곧이어 두 곳이 상장되자마자 주식을 되팔아 450억 원을 손에 쥐었다. 이후 이재용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을 통해 몇 푼 들이지 않고도 삼성그룹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길을 닦아 왔다. 삼성그룹은 공정자산이 388조 원이 넘는다.

이건희의 순재산은 알려진 것만 24조 4000억 원이다. 세계 37위다. 주식 자산만 7조 원인 이재용은 감옥에 있으면서도 재산을 불렸다. 평범한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할 돈을 이재용은 별 노력도 들이지 않고 손에 쥔 것이다.

삼성의 비리가 밝혀져 대중적 분노의 초점이 되자 이건희는 “사회 환원” 운운했었다. 그러나 정작 일흔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세계 최고라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뇌종양 등을 얻어 목숨을 잃었는데도 삼성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삼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기조차 어려웠다. 삼성전자서비스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삼성의 역사에는 정경유착과 노동자 착취, 탄압이 아로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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