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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서구와 중국의 관계 변화를 보여 준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

2월 1일 베이징에서 만난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출처 Number 10(플리커)

1972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은 존 애덤스가 오페라[〈닉슨 인 차이나〉]로 만들었지만,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의 이번 중국 방문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테리사 메이의 [1월 31일~2월 2일] 중국 방문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보수당의 분열 소식으로 언론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그러나 메이의 이번 방문에서는 중국과 서방 열강의 변화하는 관계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조짐이 보였다. 닉슨의 목표는 소련에 맞서 미국과 중국의 암묵적인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반면 이제 미국과 유럽연합 모두 갈수록 중국을 지정학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라고 명명한 것은, 미국 정책입안자들 대다수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바를 그저 터놓고 말한 것뿐이다.

영국이 전통적으로 미국을 좇긴 하지만, 메이의 전임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과 그의 재무장관 조지 오즈번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으려 했다. 그들은 영·중 관계의 새로운 “황금기”에 대해서 떠벌렸었다.

2015년 오즈번 지휘 아래 영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며 미국에 반항하기까지 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이 미국 주도 세계은행 같은 기관들의 대안으로써 제안한 것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영국이) 끊임없이 중국에 타협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황금기”는 실현되지 않았다. 캐머런이 집권한 동안 중국이 약속했던 영국에 대한 투자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영국의 대중국 국제수지 적자는 255억 파운드(38조 원)이고, 대중국 수출이 영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3.1퍼센트에 불과하다.

현재 메이의 브렉시트 이후 “국제적 영국” 구상을 듣다 보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훨씬 더 긴밀해질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집권한 이후로 메이는 오즈번이 추진했던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냉담한 반응을 보여 왔다(예컨대, 핵발전 산업).

베이징에서도 메이는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을 지지하는 양해각서(MOU) 서명을 거부했다. “새로운 실크로드”라고도 알려진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이 새로운 수출입 경로를 개발하기 위한 일련의 거대 기반시설 구축 프로젝트이다.

현재 중국의 무역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좁은 믈라카 해협을 지나는 경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미국 해군은 믈라카 해협을 쉽게 봉쇄할 수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경로를 개척하는 것도 포함된다.

줄서기

[중국의] 이런 시도는 이미 중·동부 유럽*과 같은 유럽연합의 주변부를 분열시키고 있다. 중국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과 라틴 아메리카에서 수년째 진행해 온 작업을 중·동부 유럽에서도 시작한 것이다. 바로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중국의 투자와 차관을 제공받는 대신, 일대일로와 연결된 거대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바로 “16+1”로 표현되는, 중·동부 유럽 16개국과 중국의 협력 관계가 부상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로 인해 중·동부의 회원국들과 예비 회원국들이 [유럽연합이 아닌 다른] 경제 · 정치적 중심으로 이끌릴까 우려하고 있다.

남중국해 중국 영토 분쟁에 대한 태도와 대유럽 중국 투자에 대한 새 보안 규제 문제를 둘러싼 유럽연합 내부 대립을 보면, 중국의 영향력을 이미 확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연합은 브렉시트를 맞아 결속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실제로는 분열의 압력이 더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십중팔구 시진핑은 브렉시트 과정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메이를 압박해 일대일로에 참여토록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는 그러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이는 브렉시트 협상이 까다로운 단계로 들어선 마당에 서유럽의 주요 유럽연합 국가들을 적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매튜 굿맨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무역 문제로 여기 워싱턴에서는 중국을 향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미국은 중국을 밀쳐내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2015년 오즈번은 오바마에게 반항할 자신감이 있었지만, 지금 메이는 트럼프와 같은 줄에 서기를 선택했다. 브렉시트 이후 보수당은 지금보다도 더 미국에 아첨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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