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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낙태는 죄로 취급하면서 정작 아이를 가질 권리조차 억압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한달 전쯤 영어회화전문강사인 한 여성 노동자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시 그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와 대량 해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역대급 한파 속에서 비닐 덮어쓴 채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을 하고 있던 노동자들의 모습이 매일 꿈에 나올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둘째 아이를 가지려고 해도 도무지 생기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한탄했습니다.

‘당분간은 둘째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 할 것 같다. 저출산 시대네, 학령 인구 감소네 핑계 대면서 우리를 정규직 전환에서 배제할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나서서 고용 안정이나 복지를 보장해 주면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아이를 갖기 전에 내 아이가 보고 자랄 사회가 어떤 모양일지, 나랑 똑같은 꼴 당하는 건 아닐지 생각하면 참 암담하다.’

한달 전 그의 이런 목소리가 최근 다시금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브리드 스미스의 연설 기사에서 “존중과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것(아이를 가질 권리)이 무슨 의미일까요?“라고 되묻는 대목을 읽을 때였습니다.

브리드 스미스는 여성의 결정권이 “임신에 대한 통제권과 아이를 가질 권리 두 가지 모두”를 포함한다고 지적합니다. “낙태를 둘러싼 이슈에는 사회경제적 요소’, 즉 계급적 요소가 얽혀 있다는 브리드 스미스의 지적에 더해, 아이를 가질 권리에서도 사회경제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을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즉, 여성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억압받고 제약받는 결정권을 계급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낙태는 마땅히 권리로 보장되고 아이를 낳는 것 또한 의무가 아니라 권리로서 충분히 보장돼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 자신이 오롯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여성들의 두 가지 결정권을 모두 억압하고 제약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하는 투쟁에도 낙태권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브리드 스미스가 말한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미래 사회”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