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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안은 단병호안보다 2% 부족하다

지난 4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기간제 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파견업무 제한 등을 제시한 비정규 노동법 개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장관 김대환은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며 “단세포”, “돌부리” 등 온갖 악담을 퍼부었다. 열우당 이목희도 “무지에서 비롯된 것 … 황당무계하다”고 비난했다.

국가인권위의 의견은 파견법 철폐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인정 같은 요구가 빠져 있어 민주노총 요구안에 못 미치는데도 4월 임시국회에서 어떻게든 개악안을 관철하려는 자들에겐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입장은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권위의 의견을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72.7퍼센트에 이르렀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회 앞 집회와 함께 전국 현장 순회에 나섰고, 양대노총은 6개월 만에 공동 결의대회를 열었고, 양대노총 위원장은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실, 최근 상황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점을 밝히 드러냈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은 교섭 자리에서 정부와 사용자측 인사들에게 계속 휘둘리고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수호 위원장은 이렇게 토로했다. “대화를 통해 [비정규 문제를] 진지하게 사회 쟁점화시켜 토론하려고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여했다. … 하지만 그런 ‘대화’라는 자리를 가봤더니 숨통이 막히고 너무 답답해서 공개하기 어려운 문제까지 많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할 지경[이었다.]”

이석행 사무총장도 “사실상 정부법안을 강요받는 듯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한, 늘 비공개로 진행되는 노사정 회의는 투쟁에도 ‘사회 의제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노사정 교섭 기간에도 울산 건설플랜트 노동자 8백여 명을 폭력 연행하고 12명을 구속하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울산지법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퇴거 및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그나마 정부와 재계가 개악안을 자기네 뜻대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12만 명이 참가한 민주노총의 경고파업과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등 투쟁의 압력 덕분이었다.

한원CC 노조의 통쾌한 승리도 강력한 투쟁과 연대가 승리의 관건임을 보여 주었다.

이런 점에서 인권위 발표 이후 민주노총 지도부가 “교섭과 투쟁을 공세적으로” 펼쳐나가기로 결정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가 애초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 쟁취’라는 요구에서 국가인권위안으로 요구 수준을 낮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일관되게 투쟁을 확대함으로써 더 나은 교섭 조건을 마련하기보다는 교섭 타결 자체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음을 뜻한다.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은 “인권위 의견 정도의 안이 나온다면 교섭 중간에 민주노총 회의를 소집해서라도 합의를 시도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과 관련해서 “6개월 고용이나 수습기간만 사유 제한에서 제외시키자고 한다면, 그건 수용할 수 있다”며 “사유 제한을 명시하고 그 방안을 엄격히 한다면 비정규직 사용기간은 유연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행 총장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관련해서도 “임금, 복지 등의 근로조건을 동등하게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다면 ‘동등한 대우’ 범위를 유사업종까지 넓힌다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다”는 양보안도 내놨다.

이처럼 교섭 타결에 매달리며 불필요한 타협을 계속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더는 교섭 자체의 성사에 집착하지 말고 일관되게 “공세적인 투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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