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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간호사들, 거리로 나서다

간호사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7년 11월 성심병원과 대구가톨릭병원 등에서 사측의 부당한 압력에 시달리던 간호사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없거나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병원 사측은 간호사들에게 섹시 댄스 등을 추도록 강요했다. 심지어 이들 병원은 임신한 간호사에게 ‘야간 근무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 유산 등 문제가 생겨도 야간 근무는 본인 의지에 따라 한 일이었을 뿐 병원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얼마 안 돼 노조가 설립됐다. 두 곳 모두 순식간에 조합원이 1000명 가까이 가입하며 기층의 들끓는 정서를 보여 줬다. 사회적 압력도 상당했지만 이런 기세에 밀려 사측은 서둘러 잘못을 시인하고 한발 물러섰다. 이제 노동자들은 2라운드 투쟁을 벼르고 있다.

이들보다 조금 앞선 지난해 10월 대전 을지대병원과 서울 을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임금 인상과 노동 강도 완화가 핵심 요구였다.

대전에 있는 을지대학교병원지부는 2015년 11월에, 서울 을지병원지부는 2016년 4월에 설립됐다. 대전의 노동자들은 1998년 사측의 공격으로 노조가 와해된 지 18년 만에 노조를 설립했고, 2016년 11월 박근혜 퇴진 운동 국면에서 첫 파업을 벌여 큰 성과를 거뒀다.

이 승리 소식에 고무돼 서울 을지병원 노동자들도 2016년 4월, 20년 만에 노조를 재건하고 대전의 노동자들과 함께 첫 파업에 돌입했다. 47일간 파업을 벌인 결과, 두 병원 노동자들은 임금 8.6퍼센트 인상을 포함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변화의 움직임은 노동조합 바깥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5만여 명이 동참했다. 이 청원을 주도한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들은 온라인 카페 등을 이용해 조직을 시작했고,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12월 2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간호사연대NBT

‘간호사연대NBT’로 이름을 정한 뒤 1월 20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공식 1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오랫동안 목소리를 못 내고 있던 학생들과 의사들도 함께했다. 전국간호대학생연합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이 집회에 함께했다.

3월 3일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도 열었다. 이 집회에는 300여 명이 참가했는데 노동조합에 소속된 간호사들도 집회에 함께했다.

3월 3일 열린 고(故) 박선욱 간호사 추모 집회 ⓒ출처 의료연대

민주노총 소속의 두 병원 노동조합이 빠르게 성장하고, 노동조합 바깥에서도 간호사들이 집단적 행동을 시작했다. 이는 장차 간호사들이 더 큰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 노동조합의 최대 걱정 하나가 간호사들의 무관심과 낮은 조직률이었음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인상적인 변화다.

메르스 사태와 이대목동병원 사태 등을 통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노동자들의 조건과 환자 안전의 연관성에 대해 알게 됐다. 최근 보건의료노조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로이 홍 미국간호사노조 조직국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병원은 경영진이 없어도 돌아가지만, 간호사가 없으면 하루도 돌아갈 수 없어요. 단결하면 힘이 생깁니다. 간호사도 최소한 자기 삶과 가정을 돌볼 수 있어야죠. 대한민국은 누가 봐도 그 정도의 부는 축적하고 있는 나라 아닙니까.”

박근혜 퇴진 운동의 성과로 변화 기대와 염원도 커졌다. 이런 정서가 서로 상승 작용을 내며 간호사들 사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이 바람이 진정한 변화를 이룰 때까지 더욱 강력해지길 바란다. 〈노동자 연대〉는 앞으로도 아낌없는 응원을 보낼 것이다.

ⓒ출처 의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