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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여성들의 미투(#MeToo):
정부의 이주민 통제 탓에 피해 호소도 쉽지 않다

세계 여성의 날 다음날인 3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이주 여성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이 주최한 ‘이주 여성들의 미투’는 많은 관심을 모았고, 참가자 60여 명이 간담회장을 가득 메웠다.

이주 여성들은 이주민 통제 때문에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서한솔

이주 여성들은 ‘현장 경험을 통해서 본 이주 여성들의 요구’를 낭독하며 “이주 여성들은 미투 운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제도로 인해 더더욱 미투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성폭력에 저항하다 살해당한 태국 여성의 사례를 들며 법무부의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비판했다. 등록 이주민들도 성폭력 위험에 놓이거나 성폭행을 당하더라도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일하는 사업장을 바꿀 수 없도록 하는 고용허가제와 고용노동부 또한 비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10년간 상담, 번역 활동을 해온 레티마이투 씨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례를 폭로했다. 한 사례는 결혼 이주 여성이 육아를 위해 여동생을 한국으로 초청했는데, 이주 여성의 남편이 여동생을 성폭행한 것이었다. 그 이주 여성은 동생과 아이 3명을 데리고 쉼터에 들어갔으나, 한국 국적이 없고, 남편에 의존해야만 체류 연장이 가능한 점, 외국인 신분으로 혼자 자녀 셋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결국 남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레티마이투 씨는 ‘’결혼 이주 여성은 가족이 해체될 경우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폭력”을 참고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벗어나려 해도 “한국말이 서툴고 한국 법을 잘 모르는 이주 여성이 폭력 상황에 대처하고 증거자료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데다, “법정에서 가해자를 만나고, 피해 경험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하며,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담회 장소를 가득 메워 이주 여성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이주민 통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서한솔

캄보디아 이주민 지원 활동을 하는 캇소파니 씨는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때 사업주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하게 되면 미등록, 불법체류 신분이 됩니다. 그런데 사업주가 가해자이거나 동료가 가해자인 경우 이주 여성노동자가 성폭력 피해를 입증해야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도 모르고 한국법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무방비한 기숙사 문제도 지적했다. 사업장 기숙사가 열악할 뿐 아니라 남녀가 분리돼 있지 않아 여성 이주노동자가 남성 이주노동자한테 성폭행을 당한 사례, 공간이 분리돼 있어도 잠금 장치가 없어 언제든 사장이나 다른 남성들이 들어올 수 있는 기숙사의 위험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통번역을 지원하고 있는 니감시리 스리준 씨는 태국 여성들의 마사지업소 문제를 이야기했다. “태국여성들이 한국 마사지샵에서 일을 많이 하는데, 대다수가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태국 여성들은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하루에 5~7명의 한국 남자를 받으라는 강요를 당합니다. 마사지를 하는 줄만 알고 들어왔으니 돌아가겠다고 하면 사장은 비행기 값과 에이전시 비용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니감시리 스리준 씨는 이 자리가 이주 여성들의 피해 사실을 더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법과 제도의 개선을 이야기했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정부를 자임했지만 여성차별의 현실은 여전하다. 이주 여성들은 여성차별과 더불어 정부의 이주민 통제 정책들로 고초를 겪고 있다. 이주 여성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여성차별과 이주민 차별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