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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판매 노동자들 ― 수당 삭감·노동강도 강화에 맞서 투쟁의 첫발을 떼다

최근 엘카코리아와 샤넬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 노동강도 강화 반대”를 내걸고 하루 부분파업을 했다. 10년 만에 벌인 쟁의 행위다.

엘카코리아는 미국에 본사를 둔 ‘에스티로더’ 의 한국지사다. 에스티로더·바비브라운·맥 등 인기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수입화장품업계 1위 회사이다.

‘명품’으로 유명한 샤넬도 고가의 화장품을 판매하며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샤넬은 1년 동안 3번이나 화장품의 면세가를 인상하는 등 배짱 가격 인상을 했다. 이렇게 명품 화장품으로 잘 나가는 회사들이 정작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에게는 열악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

엘카코리아와 샤넬 노동조합 노동자들이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규탄하며 3월 25일 전국 백화점 50여 곳 84개 지점에서 경고성 부분 파업을 벌였다. 손님이 많은 3월 31일과 4월 1일 주말에는 매장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출처 서비스연맹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열악한 임금으로 고통받아 왔다. 보통 임금의 65~70퍼센트가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이고, 나머지는 초과근무 수당과 성과급으로 메웠다.

백화점 근무 시간에 맞추다 보면 보통 초과근무가 발생하는데, 노동자들은 2000년대 중반 노동조합 결성 전까지는 초과근무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임금은 낮추고 노동 강도는 높이는 시차근무제

최근 엘카코리아와 샤넬 사측은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초과근무 수당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쪼개 8시간 이상 근무를 못하게 했다. 특히 작년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사측의 이런 편법이 극심해졌다.

사측은 직원마다 출근과 퇴근 시간을 달리하는 시차근무제(유연근무제)를 강제 실시했다. 그 결과 2~3명이 함께했던 매장 오픈과 마감을 1명이 하게 됐다.

엘카코리아 노동조합 이성미 사무국장은 “매장 오픈과 마감 전후에 청소, 물건 정리, 매출 정리 등 할 일이 정말 많은데, 혼자서 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2~3명이 매장을 맡을 때도 점심시간이나 잠시 일이 있어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매장에 혼자 남은 직원은 화장실도 못 가서 방광염에 자주 걸린다.”

이렇게 노동강도는 강화됐지만, 사측의 시차근무제로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니 임금은 되레 삭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가뜩이나 호봉제 없이 성과급에 의존하는 임금 체계 때문에 노동자들은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에 시달려 왔다.

부족한 인력도 큰 문제다. 사측은 정규직이 퇴사한 자리를 파견직으로 대체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엘카코리아는 최근 1년 사이 파견직 간접고용 노동자가 150여 명이나 증가했다. 파견직 노동자들은 제품 주문과 매출 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남아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명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안에서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은 제대로 앉아 쉴 곳이 없어 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과 하지정맥류 질병을 앓기도 한다.

‘친절’을 팔아야 하는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은 몸에 밸 때까지 계속 친절 교육을 받는다. 분기별로 ‘미스터리 쇼퍼’가 나와 몰래 고객 행세를 하면서 판매직 노동자의 서비스를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걸리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종일 긴장 속에서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 그린비 출판사).

진상고객의 ‘갑질’을 감내하는 것도 고충이 크다. 무릎을 꿇게 강요하거나, 폭언·폭행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 시차근무제로 매장에 혼자 있는 경우가 늘어나서 동료 직원의 도움 없이 진상고객의 모욕적인 언행을 고스란히 혼자 감내해야 한다.

엘카코리아와 샤넬 노동조합은 시차근무제를 반대하며 “임금은 올리고 노동강도는 낮추기” 위한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주 교섭에서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2차 부분 파업과 문화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명품’ 화장품 기업에 맞서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당당하게 투쟁에 나서고 있는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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