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서 연이은 노동자 사망 사고:
노동자들의 항의 행동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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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이마트 다산점에서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21살 노동자가 기계 사이에 끼여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유가족과 민주노총은 이 참사를 ‘제2의 구의역’이라 부르며, 이마트 측이 안전교육을 시행하지도 않고, 사망 후 안전교육 서명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규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3일 만인 31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또 다른 노동자 한 명이 계산대 업무를 보던 도중 돌연 가슴 통증으로 쓰러져 사망하는 비극이 연이어 일어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구로지회 고 권미순 조합원이었다.
고인은 31일 오후 10시 32분경 쓰러진 후 구급차가 오는 10여 분의 시간 동안 어떠한 응급 조처를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8층이나 되는 대형 마트에 안전관리책임자는 1명뿐이었고, 심지어 사망 당시 안전관리책임자는 퇴근한 뒤였다. 대형마트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으로 언제나 위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데도 8,803㎡나 되는 대형마트에 제세동기는 한 대뿐이다.
그래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의 조합원들과 동료들은 이마트의 ‘안전불감증’이 억울한 죽음의 원인이라고 규탄하며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제세동기
불과 일주일 사이 2명의 노동자가 이마트 측의 잘못으로 사망하자 이마트의 책임을 묻기 위해, 마트산업노동조합은 고 권미순 조합원의 발인 날인 2일 오후 7시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살릴 수 있었다 이마트가 책임져라! 이마트규탄 긴급행동” 추모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마트노조 구로지회 김경숙 지회장은 동료이자 함께 노조 활동을 하던 동지인 고 권미순 조합원을 떠나 보낸 원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며 이마트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고 권미순 조합원 딸이 울고 있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우리 엄마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저에게] 물어보는 데 할 말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아줌마는 모르지만 지금부터 아줌마가 알아볼게’라고 답해 주었어요. 그리고 나자 갑자기 사측에서 수십 명이 우르르 왔어요. [고 권미순 조합원]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재빨리 왔어야죠. 회사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본인들은 사과했다고 우기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사과가 아니면 사과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본인들이 진정한 사과를 해야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트노조 전수찬 수석부위원장은 이마트의 민낯을 폭로했다.
“도대체 이마트에서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해야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까. 이마트의 안전불감증이 이 죽음을 멈추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안전 관리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고 우깁니다.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매뉴얼이 어디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응급조치만 시행되었다면 권미순 조합원은 지금도 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돈독에 오른 이마트는 고 권미순 조합원이 사망한 그 다음 날, 바로 그 계산대에서 동료 직원들을 일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이마트의 본질이고 대한민국 재벌의 본질입니다. 우리는 이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다시는 이마트에서 죽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내내 이마트 구로점을 이용하거나 근처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노동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팻말을 유심히 읽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추모제가 끝나고 집회 참가자들이 고 권미순 조합원이 사망 직전까지 근무했던 24번 계산대에 헌화하고 추모 메시지를 남기려 하자, 사측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을 에워싸며 마트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함께 일했던 동료의 추모조차 막으려 하는 사측 관리자들을 향해 조합원들은 “사람 죽을 때 어디 있고 이제 나타나서 추모도 못하게 하는 것이냐”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들과의 충돌로 김경숙 지회장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겨우 2층의 24번 계산대에 도착한 조합원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고 권미순 조합원의 죽음을 기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주일 새 연이어 벌어진 노동자들의 죽음은 안전에 돈 쓰기를 아까워하는 이마트에 그 책임이 있다고 노동자들은 주장했다.
또, 노동자들은 고 권미순 조합원 사망 사고 원인이 ‘휴게시간 단축’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했다. 그 과정에서 휴게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노조 측은 고 권미순 조합원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이마트가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을 질 때까지 매일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