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탐구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다. 지난 우파 정권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과거사를 입맛에 맞게 재서술하려 한 이유다. 반대로 이 책은 지배자들의 시각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시각으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본다.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발전 양상이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비판 사상인 마르크스주의가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데서도 매우 유용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낸다.
한국 현대사를 다룬 기존 진보 진영의 책들은 대부분 좌파 민족주의와 민중주의적 시각이다. 이 책은 그런 시각이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극복하고자 분투해 왔다는 점을 높이 사면서도, 자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파행적 운영에만 주목했기 때문에 중요한 약점들을 갖는다고 지적한다.
한편 소련과 북한(스탈린주의 체제)에 대한 평가도 다른 책들과의 차별성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진보적 학자들이 소련의 북한 점령 정책을 미국의 남한 점령과 달리 어쨌든 진보적이었다고 암시한다. 일부는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면서 소련의 편을 든다.
그러나 이 책은, 미국은 말할 나위 없고 소련도 노동계급이 해방된 사회긴커녕 제2차세계대전에 동참한 제국주의 국가였음을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밝힌다. 해방 직후 소련군에 반대해 저항했던 북한 민중들을 조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책은 왜곡되지 않은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해 한국 현대사를 바라 보고있다.
대통령을 파면시킨 거대한 촛불 시위로 새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사드 배치 강행이나 핵발전소 추가 건설 승인 등 평범한 사람들의 기대와 반하는 정책들이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이것은 아래로부터 운동이 지속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역사가 그랬듯이, 앞으로도 의미 있는 사회 변화는 아래로부터 대중 행동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계급과 민중의 관점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