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동자 40퍼센트는 끝까지 해외 매각을 동의하지 않았다
〈노동자 연대〉 구독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이 최종 결정됐다. 그동안 노동자들은 해외 매각 반대를 위해 싸워 왔는데, 문재인 정부의 강한 압박과 노조 지도부의 배신적 타협이 씁쓸한 결과를 낳았다.
이동걸 산업은행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처 장관들은 노조가 해외매각에 동의하지 않고 자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부도밖에 방법이 없다고 협박을 지속해 왔다.
급기야 자구안 합의 시한인 3월 30일 오전, 문재인이 직접 나섰다. 문재인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통해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서 “금호타이어 중국 자본 유치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고,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아니라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 타이어 시장에서 14위를 점하고 있는 금호타이어를 34위인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하는 데에 전방위로 나선 것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달래기 아니냐는 노동자들의 제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어이없게도 문재인 정부는 “이해관계자 고통분담”이 성사돼 일자리를 지켰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법정관리로 갔으면 인력 감축이 불가피했을 텐데, 3년간 고용을 보장해 주겠다는 더블스타로 매각돼 한시름 놨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수 언론조차 3년 뒤 고용 보장은 장담 못 하고 ‘먹튀’ 우려도 있다고 말하는 판에 말이다. 더구나 노동자들은 3년간 임금 동결, 노동강도 강화(생산성 향상 복무)와 휴일 축소, 쟁의 금지 등 기본권조차 박탈당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광주형 일자리
문재인 정부가 “대승적 차원의 고통분담”을 말하고 〈한겨레〉 같은 자유주의 언론이 이를 추켜세우며 타협을 칭찬한 것은 꼴사납다. 노동자들은 위기의 고통을 송두리째 떠안아야 할 처지에 몰렸으니 말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번 타협을 두고 “그것이 바로 광주 공동체정신이며, 노동자가 살고 기업이 사는 광주형 일자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가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 보수 언론이 총동원돼 노조를 압박했지만,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열의 있게 파업과 집회에 참가해 왔다. 파업에는 조합원 거의 대부분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지역의 연대도 결코 작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금호타이어지회 지도부는 투쟁을 더 발전시키기보다 국내에서 인수할 기업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 더블스타와 동일한 조건이더라도(노동자들의 조건이 희생되더라도), 국내 매각이 대안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다가 물밑에서 인수 의향을 밝힌 국내 기업이 인수를 포기하자 곧바로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
3월 30일 노조 지도부가 해외 매각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노동자들은 탄식과 헛웃음을 지으며 집회가 끝나기도 전에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나는 죽기로 싸울 각오가 돼 있는데, 어떻게 싸움 한 번 제대로 안 해 보고 이렇게 한순간에 우리를 배신할 수 있냐!”
“노조 지도부가 끝까지 가자고 했다면, 조합원들은 목숨이라도 걸고 같이 투쟁했을 것이다.”
이어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40퍼센트가량이 반대표를 찍은 것도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했음을 보여 준다. 노조 지도부가 사실상 백기투항 한 상태에서 찬성표를 찍은 노동자들도 참담했을 것이다.
금호타이어 식의 타협은 결코 불가피한 게 아니었다. 노동자들은 생산을 멈춰 정부와 사용자 측에 타격을 가할 힘이 있고, 일자리 지키기 투쟁은 사회적 공분과 지지를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