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논리 최우선” 구조조정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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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절대 정치적 논리로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 3월 30일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의 뜻”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앞으로도 경제 논리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원칙을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경제 불황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아니라 사용자 편들기를 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중형 조선소에 같은 논리를 적용했다. 계속 부도 협박을 하면서 말이다.
정부는 최근 한국GM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시장 질서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과 자구계획안 수립 과정에 정부가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 곤란으로 고통 받더라도 정부에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4월 20일까지 자구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한국GM을 부도 처리하겠다고 GM이 협박에 나선 상황에서 정부의 메시지는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사실은 고통전담)을 수용하라는 강력한 압박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경제지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들 시장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노동자들에게 헛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부실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호흡기를 달아줘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바로 이런 기조였다. 박근혜는 “시장 자율”을 외치며 2016년 한진해운을 가차없이 파산 처리했다.
그러나 대기업인 한진해운이 파산하자 다른 기업들도 타격을 입고 수출 물류 시장에 혼란이 빚어졌다.
더구나 당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던 대우조선, STX조선 등은 투여된 자금 규모가 한진해운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뒤로 계속해서 기업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우조선 회계부정 사태로 사회적 논란이 벌어졌지만, 박근혜 정부는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업체들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명보트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8년 세계 경제 공황 이후 각국(한국도 마찬가지) 정부는 기업이 부도 위기에 빠질 때마다 재정을 지원하며 구명보트 노릇을 했다.
시장은 만능이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조절된다는 자유 시장주의는 순전한 거짓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시장에 맡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 것도 변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의 지원이 노동자들이 아니라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부자 맞춤형 국가 개입’이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자들은 지원할 수 없다면서도, GM의 자금 요청, 외국인투자구역지정 등에는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자본의 손실을 만회해 주고 이윤을 보장하는 데 자금을 대고 특혜를 제공해 왔다.
물론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기업이 잘 나갈 때도 이윤을 위한 희생을 강요 받았다. 그럭저럭 살아갈 형편은 됐을지 몰라도,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강화된 노동강도에 시달렸다.
더구나 한국GM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임금 삭감, 노동조건 악화, 비정규직 해고 등에 시달려 왔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조선업, 건설업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거기서도 금세 직장을 잃기 일쑤였다. 조업 단축으로 임금이 크게 줄어든 노동자들은 흔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활고를 간신히 해결했다. 그러는 동안 GM만 배를 불렸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이런 고통에 책임이 있다. 대우차를 GM에 팔아 넘긴 것은 정부(김대중 정부)였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도 GM의 노동자 공격에 아무 제동도 걸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가는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의 고용을 보장할 의무와 능력이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국가의 재정 지원은 바로 이런 의무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폐쇄 위기에 놓인 한국GM 군산 공장을 (영구) 국유기업화해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 (본지 242호 ‘일자리 보호를 위해 국유기업화 하라’를 보시오.)
국유기업화는 가장 분명하게 GM에 책임을 묻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가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군산 공장을 몰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결을 위한 대안
물론 어떤 이들은 GM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도 아닌데 국유기업화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상 몰수가 비현실적이지 않느냐고도 한다.
그러나 한국GM이 철수하겠다고 나설 때만 국유기업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은 군산 공장 폐쇄의 대안 치고는 완전히 무기력하다. 지금 노동자들은 군산 공장의 700여 명이 모두 해고될까 봐 걱정한다. 아니면 그들이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 되더라도 그 대신에, 현재 그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비극과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국유기업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리고 GM이 갖고 있는 공장·설비·지분 등을 당연히 무상으로 몰수해야 한다. GM은 현재의 위기에 책임 있는 장본인이고, 이미 한국 정부로부터 숱한 지원과 특혜를 받아 왔다.
자본주의 사적 소유에 도전하지 않고서는 부실을 만들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떠넘긴 대기업에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한국GM을 법정관리로 넘겨 GM의 지분을 소각(대주주 책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로 넘어가더라도 GM은 한국GM에 빌려 준 3조 원 이상의 채권을 근거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GM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GM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단호한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한국지엠지부 노조 지도부가 제시한 임금 양보나 일각에서 말하는 전환배치 제안은 일자리를 보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고 개별적으로 흩어지게 만들어 저항에 해롭다.
최근 군산 공장 노동자들은 200여 명씩 돌아가며 부평 공장으로 상경해 농성과 현장 순회 집회 등 항의를 하고 있다. 부평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주 촛불집회를 열면서 연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 공장 간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서로 반목하지 않고 단결하기 위해서 투쟁의 전진이 필요하다. 공장 점거 투쟁은 공장 폐쇄와 해고 위협에 놓인 노동자들이 채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효과적인 무기다.(본지 242호 ‘국유기업화를 쟁취할 유일한 수단 - 점거와 연대의 결합’을 보시오.) 그것은 연대의 초점을 제공해 지지를 넓히는 데도 결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