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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 토론회, ‘세종호텔 장기 투쟁에 사측 책임’ 지적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세종호텔 사측의 복수노조 제도 악용과 합의 불이행 등이 7년 동안 계속된 세종호텔 노동조합 투쟁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4월 12일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와 공동 주최로 ‘산업구조조정기, 장기 노사분규 예방을 위한 대안 모색’을 열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장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세종호텔, KTX, 콜트콜텍의 사례 연구가 발표됐다. 이 사례들은 이미 2017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정책 연구에 관한 학술연구용역사업의 일환으로 연구해 〈장기 노사분규 사례분석을 통한 시사점 도출〉에 대한 최종 보고서로 제출한 바 있다.

그중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황수옥 연구위원은 세종호텔 노동조합의 형성과 투쟁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사측의 악랄한 공격과 태도가 어떻게 투쟁을 촉발하고 장기화시켰는지를 분석했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인 세종호텔노조는 소수 노조로, 조합원들에 대한 강제 전보, 해고 등의 불이익에 항의하고 성과연봉제 도입과 비정규직 확대에 항의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적정인원 충원도 요구하고 있다. 세종호텔노조는 이를 위해 2011년부터 싸워왔고, 수년 째 매주 목요일마다 호텔 앞에서 집회를 열고, 낮에는 호텔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황수옥 연구위원의 보고서는 이렇듯 오랫동안 투쟁이 이어진 데에 사측이 크게 세가지 요인을 제공했다고 꼽았다. 첫째, “사용자의 합의사항 불이행이 장기분규의 시작점”이 됐다. 보고서는 사측이 노조와의 기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외주화 등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도입하고, 2011년 파업을 종료하면서 맺은 합의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둘째,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 대우를 한 것도 원인이 됐다. “세종호텔노조의 간부 및 조합원들에게만 집중적으로 부서이동을 통해 자존감을 훼손시키고 임금 저하 등 불이익을 주었다.”

마지막 원인으로는 세종호텔 사측이 노무컨설팅을 받은 것의 영향을 꼽았다. 2009년 사측이 노무법인의 컨설팅을 받은 이후, 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불인정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복수노조 제도 악용, 합의 불이행 등이 문제

반면에 보고서는 세종호텔노조가 자율적·평등한 조직문화를 꾸려 조합원들과의 신뢰를 쌓으면서 내부의 동질성이 크고, 조합원들이 현장 근무를 하면서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 과거 복수노조 이전에 세종호텔노조가 쟁취한 성과 — 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고용안정협약 체결 등 — 가 여전히 조합원들이 투쟁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봤다.

전보, 임금 삭감, 대화 거부 등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자부심이 크게 훼손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민주노조의 정당성과 자부심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고된 투쟁을 이어가게 한 힘이 됐다고 본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이끌어 낸 장기 분규의 4가지 원인과 시사점도 이 투쟁에서의 사측 책임을 다시금 밝히고 있다. 노동조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사용자의 대노조 전략의 문제, 노동자 자부심 훼손하는 인적자원관리정책, 사용자의 합의사항 불이행, 사측의 노동조합 탄압을 목적으로 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악용.

세종호텔노조는 이번 보고서 발표가 “지난 7년 동안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서 투쟁을 이어 온 핵심 원인에 사측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하루빨리 세종호텔 사측이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조 활동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 해고자 원직 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노동자들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 고되지만 정당한 투쟁을 이어온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이 하루빨리 요구를 쟁취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