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협박하며 양보 압박하는 GM
노동자들에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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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사측이 4월 20일까지 복리후생비용 1000억 원 절감과 군산공장 폐쇄에 합의하지 않으면 한국GM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협박하고 있다. 한국GM의 빚 3조 원 모두를 GM 본사가 갖고 있는 상황이니, 결국 고의 부도를 내겠다는 셈이다.
한국GM 전체 노동자의 16퍼센트나 되는 25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한국GM 노조가 기본급을 동결하고 성과급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조차도 부족하다며 더한층의 양보를 압박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GM 사측은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서 ‘퇴직금 지급이 늦어도 민·형사 이의 제기를 않겠다’는 서약까지 받았다. 한국GM 노조가 추가적인 임금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돈마저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GM 사측은 ‘고통 분담’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스스로는 조금치의 손해도 볼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GM은 산업은행과 경영평가를 하기로 약속하고서도 현재까지 기초적인 실사 자료 제출을 회피하고 있다. 또, 산업은행이 요구한 ‘출자전환 후 차등감자’(한국GM의 대주주인 GM의 지분을 더 많이 줄이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손실은 떠넘기고, 이익은 가져가 한국GM을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이면서 말이다.
양보는 법정관리의 대안이 못 된다
한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은 “미국 GM이 산은과 협의 없이 한국GM의 청산을 선택할 경우 적절한 법적 대응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GM의 일방적인 법정관리 신청은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에 해당돼 산업은행이 거부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의 고통분담”을 강조하며 GM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조도 무리한 요구를 유지하기보다는 어려움을 함께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며 노조의 양보를 종용했다.
이 때문에 4월 20일까지 노사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측이 군산공장에 남아 있는 680명 중 일부는 전환배치 하는 대신, 노조는 복리후생 삭감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말이다.(그러나 사측은 군산공장 나머지 노동자들의 5년간(!) 무급휴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GM 노동자들이 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GM의 적자는 GM 본사의 전략에 따른 유럽 철수, 소형차 생산 감소 등으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GM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손실을 떠넘기고, 이전가격을 높게 산정하고, 연구·개발비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부실을 키워 왔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게다가 GM이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한 여러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 노동조합의 거듭된 양보가 생산 지속과 일자리 보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거듭된 조건 하락과 인원 감소로 노동자들이 싸울 자신감이 없어진 경우가 많았다.
군산공장 노동자들이 부평·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 되더라도, 비정규직 해고로 인력 감축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GM의 단계적 철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지금, 법정관리 위협에 굴복해 또다시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에 양보해서는 안 된다.
국유기업화 요구하며 투쟁해야
사실 법정관리 신청은 GM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한국GM 채무의 상당수가 소멸돼 GM 본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구조조정의 주도권이 법원으로 넘어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물론 한국GM 사측이 법정관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한 점이나, GM의 미국 소형차 공장에서 또다시 해고를 추진하는 점 등을 보면, 한국GM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대규모 인원 감축과 임금 삭감이 진행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파산이 결정돼 모두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GM 노동자들에게 서서히 말라 죽는 길밖에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진정한 대안은 정부가 한국GM을 국유기업화해 일자리를 보호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GM에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 여러 특혜를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돈은 GM 사측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는 데 쓰여야 한다.
특히 정부는 한국GM 부실에 일부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지분 17퍼센트를 가진 2대 주주로, 지난해까지는 주요 결정 사항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사외이사와 감사들의 추천권을 갖기도 했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자신의 대출금 회수에만 신경 썼지, 한국GM을 제대로 견제·감독하지 않았다.
국유기업화를 쟁취하려면 점거파업 같은 단호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처하고 일자리 문제가 부각된 지금,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운다면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