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샤넬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이후 10년 만에 나선 첫 투쟁에서 승리했다. 샤넬 화장품 사측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을 수용했다.
사측은 기본급의 10.7퍼센트에 해당하는 재원을 마련해 8퍼센트는 일괄 인상에 사용하고, 2.7퍼센트는 최저임금과 개인별 직급 등을 고려해 인상하기로 했다.
샤넬 화장품 사측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과도하다며 그동안 합의를 거부해 왔다. 사측 안에 비해 고작 0.3퍼센트(1인당 평균 월 6000원) 많은 것인데 말이다. 또, 노동자들에게 별도의 임금 인상 방안을 제시하며 탈퇴를 회유하는 등 노조를 압박했다.
샤넬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 사측의 무시와 홀대에 맞서 싸워 왔다. 3월 25일부터 부분파업 2번, 복장 투쟁, 촛불 문화제 등을 벌여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국 오만하게 굴던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한 발 양보했다.
로레알, 엘카코리아, 샤넬코리아 등 유명 브랜드 화장품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이려고, 인원 충원 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그러나 매장 운영 시간은 그대로 유지하려고 유연근무제를 실시했는데, 결국 노동자마다 출·퇴근 시간이 달라져 매장을 열고 닫을 때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이때는 청소, 물품 정리, 판매 보고, 매출 정리 등 할 일이 매우 많은데 말이다.
이번 투쟁으로 1인 개·폐장 업무를 기본 2인 담당으로 하고, 1인 개·폐장은 매장 상황에 따라 최소화 하기로 했다.
“우리는 투쟁 초보자들인데 도도한 샤넬을 물러나게 만들었어요. 임금 인상을 따낸 것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이 노조를 흔들려는 회사의 공격에 투쟁으로 맞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냈죠. 그리고 조합원들이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요.”(김소연 샤넬 화장품 판매 노조 위원장)
샤넬 노동자들의 첫 투쟁이 성과를 냈지만,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 사측은 유연근무제를 확립하려고 내년에는 전면 교대제를 도입하려 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를 협의하기 위한 단체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4월 20일 잠정 합의안에는 전면 교대제 실시에 따른 실태와 문제점을 조사하는 노사 TF팀 구성안도 포함돼 있다.
사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은 줄이고 노동강도를 높이는 방식의 교대제를 강요할 공산이 크다. 샤넬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이 이번 투쟁으로 얻은 자신감을 디딤돌 삼아 사측의 노동자 쥐어짜기 시도에 잘 대응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