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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동자들이 말한다:
“이마트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 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위한 꼼수”

올해 1월부터 이마트는 폐점 시간을 1시간 앞당기며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시도였다. 노동강도도 강화됐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연이어 벌어진 노동자 사망 사고도 노동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마트노조는 4월 7일부터 신세계 백화점 명동 본점 앞에 차린 분향소와 농성장을 중심으로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안영화 마트노조 서울본부 수석본부장박선영 마트노조 대구경북본부 본부장에게 노동시간 단축 이후 이마트 노동자들의 현실을 직접 들었다.

"이마트가 죽였다 정용진이 사과하고 책임져라" 4월 20일 신세계 백화점 명동 본점 앞 “더 이상 죽지말자! 촛불시민행동” 집중 집회 ⓒ출처: 마트노조

“사측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에서 주 35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한다면서요. 그러나 줄어든 시간 동안 기존의 업무량을 그대로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너무나 힘듭니다.

“내가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가면 동료가 힘들어지니, 무리해서라도 일을 꼭 마무리하도록 사측이 몰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휴게시간도 줄어들고 밥 먹는 시간도 제대로 못 챙깁니다. 식사 시간이 무급으로 한 시간인데, 그 시간 내에 밥 먹고 일까지 다 처리해야 해서요.

“1년에 한 번씩 연봉 계약 서명을 하는데, 최근에는 굳이 사무실까지 불러서 관리자들 앞에서 서명하게 했어요. 기존에는 하지 않던 방식입니다. [살펴보니] 변경된 것이 있었습니다. 휴게 시간을 없애는 것을 못 박기 위한 것이었어요. 개별적으로 불러내서 높은 양반들 앞에서 서명하게 하니 누가 서명을 안 하겠어요. 노동자들이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서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안영화 마트노조 서울본부 수석본부장)

“이는 그동안 암암리에 보장되던 식사 시간 외 휴식 시간을 없애고, 휴식 시간은 식사 시간 1시간뿐이라는 것을 명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캐셔[계산대 직원]는 총 1시간, 영업[상품 진열 직원]은 30분~1시간가량 더 쉴 수 있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시간마저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회사는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동안 보장받던 휴식 시간을 빼앗긴 것이었습니다.” (박선영 마트노조 대구경북본부 본부장)

이런 식으로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을 줄여 사측은 임금을 26만 원가량 덜 지급하는 꼼수를 부린 셈이다.

“이마트 임금 구조가 잘못돼 있습니다. 총 임금이 150만 원가량인데, 그중 기본급은 72만 9000원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각종 수당입니다. 사측이 이런 임금 구조를 이용해 수당으로 장난질을 칩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서 상여금, 식대, 교통비를 다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려고 합니다. 이는 결국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꼼수에 계속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마트는 거대 기업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도 다 따라하고 있습니다.” (안영화 마트노조 서울본부 수석본부장)

비정규직 양산

이마트는 최저임금 인상 상쇄 시도에 앞장설 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양산하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직원이 [자연감소분으로] 2000여 명 줄었습니다. 그런데 그만큼 정규직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3000여 명 늘렸습니다. 이 일자리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전형적인 ‘나쁜 일자리’입니다.”(안영화 마트노조 서울본부 수석본부장)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 기간이 길어봐야 최장 6개월입니다.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것이죠. 이마트 직영으로 이런 단기 고용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을 아예 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이 들어오면 기존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같은 시간 내에 그 분들 교육도 하면서 원래 하던 업무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기죠. 또한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은 숙련도를 쌓기 힘든 조건이기 때문에, 결국 기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세지게 됩니다.”(박선영 마트노조 대구경북본부 본부장)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할 죽음

이마트 노동자들은 최근 연이어 벌어진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마트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자 홀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여긴다.

“2014년 2월 이마트노조 1호 지회를 설립하기 전에, 2013년 11월 캐셔 한 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어요. 그 분은 급성 백혈병이었어요. 저는 당시 선임 캐셔였어요. 그 분이 무려 6개월 동안 감기를 앓았습니다. 그해 9월 [업무량이 폭증하는] 추석이 있었고, 날이 더웠어요. 그때 제정신으로 일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루에 3시간씩 연장 근무 했어요. 일주일에 3~4회씩 연장 근무를 하면서 휴식도 보장이 안 됐는데,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 분은 쉬지도 못하고 감기약만 먹으면서 근무했어요. 그 분이 연장 근무 빼달라고 하니 관리자는 ‘당신만 연장하냐’는 식으로 타박했어요. ‘당신이 빠지면 다른 노동자들이 고생한다’는 식으로 이간질을 한 것이죠. 그것도 모자라 가디건을 입었다고 복장 규칙 위반이라고 했어요. 이마트는 죽을 때 죽더라도 할 일은 하라는 식이었습니다. 우리를 돈 버는 기계로 취급하죠. 저는 제가 그 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최근 이마트 노동자들의 죽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사측 관리자들은 ‘정용진이 죽였냐’고 말하지만, 그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가 사람 죽였냐’고 한 우익 정치인들 논리와 똑같아요.”(박선영 마트노조 대구경북본부 본부장)

“이마트 점포마다 ‘우리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게시돼 있어요. 그런데 과연 지금 이마트가 노동자들을 ‘존중’한다고 할 수 있나요? 그래서 우리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투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안영화 마트노조 서울본부 수석본부장)

"추모는 불허하고 이윤만 추구하는 신세계를 규탄한다" 4월 20일 신세계 백화점 명동 본점 앞 “더 이상 죽지말자! 촛불시민행동” 집중 집회 ⓒ박한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