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성소수자 차별 반대 퍼포먼스가 학칙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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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탄압 시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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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학교 당국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예배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을 총회법·학칙 위반으로 조사하고 있다.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장신대 도시빈민선교회 ‘암하아레츠’ 소속 학생들을 포함해 학생 8명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가한 후, 무지개 깃발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기독교 우익들의 동성애 혐오 선동이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서 신학대 학생들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 것이었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퍼지자, 보수 기독교 언론들이 이 학생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틀 만에 장신대 당국은 학생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교계에 염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립니다” 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 학생들에 따르면, 총회법(예장통합)과 학칙에 동성애와 관련해 학생을 징계하는 조항은 없다고 한다.(물론 예장통합은 편협하게도 동성애자와 동성애 옹호자는 교회 직원 또는 신학대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반면 예장통합의 모교단인 미국 장로교회는 2015년부터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동성애자에게도 안수를 하고 있다.)
조사 대상 학생들은 성명을 발표해 “우리가 무지개 깃발을 든 것은 혐오와 배제로 성소수자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있는 이들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차별 없는 사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신대 당국의 조처가 “양심(사상)에 대한 탄압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조사라는 명목의 탄압을 멈춰라” 하고 비판했다.
장신대 당국은 2017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려고 한 암하아레츠 학생들을 제지했다. 반대로, 올해 5월 10일 앞장서서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의 강연은 허용해 줬다. 명백히 성소수자 차별적 처사다.
장신대 학생들의 행동은 많은 성소수자 기독교인들에게 용기를 줬을 것이다. 자신을 게이라고 밝힌 한 익명의 장신대 신학과 동문은 “예배당에서 찍은 무지개 깃발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죽음과 삶의 기로에서 삶으로의 희망을 얻었습니다”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최근 한동대, 총신대 등 다른 보수적 기독교 대학들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장신대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탄압에 맞서 꿋꿋하게 싸워 나가길 바란다.
장신대 당국은 학생 탄압 시도를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