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트럭 운전기사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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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부터 중국 곳곳에서 트럭 운전기사들이 운임 체불, 연료 가격 급등, 도로 통행료 징수, 마구잡이식 벌금 부과에 항의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파업 참가자들은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더는 참을 수 없다. 함께 저항하는 것 말고 달리 선택할 게 없다.”
현재 파업은 안휘성, 장시성, 장쑤성, 저장성, 구이저우성, 산둥성, 쓰촨성, 후베이성, 허난성, 상하이,충칭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파업에 참가한 트럭 운전기사들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시진핑 정부는 긴장하고 있다. 이 파업이 물류대란을 일으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부문 노동자 저항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유착한 기업들은 운전기사들에게 운송료를 내리라고 강요해 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연료(디젤유) 가격이 계속 올라서 운전기사들의 고통이 커졌다.
운전기사들은 적재중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량을 개조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그런데 교통경찰이나 도로행정 당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적재중량 초과 행위에 벌금을 매긴다. 그 외에도 신호 위반 벌금, 다리 통과 비용, 신설되는 도로 통행료 등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다.
운전기사들은 독립 사업주들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 대다수가 파산 일보 직전이다. SNS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돌고 있다. “6월 10일부터 며칠 일을 안 한다고 우리가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터무니없는 운송료로는 결코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전국의 3000만 트럭 운전기사들에게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올해 4월 10일 중국 사회과학문헌출판사가 발표한 ‘중국 트럭 기사 조사 보고 No.1 – 트럭 운전기사의 집단적 특징과 노동 과정’에 따르면, 트럭 운전기사들의 71퍼센트가 자기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과도한 부채로 허덕이며 돈을 벌기 위해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트럭 운전기사들은 평균 연령이 36.6세인데도 장시간의 과도한 노동과 불규칙적인 식사·휴식으로 각종 질병을 달고 산다.
이번 트럭 파업이 전국으로 확산된 또 다른 이유는 트럭 운전기사들과 화주(貨主)들을 연결해 주는 독점적 온라인 업체 윈만만(运满满)의 ‘갑질’ 때문이다. 최근에 윈만만은 트럭 운전기사와 고객(화물업주)이 직접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앱을 통해서만 운송 거래를 하도록 하는 새 정책을 폈다. 운송료도 자신들이 결정한다.
윈만만은 전체 도로 화물 운송의 95퍼센트가 자신들의 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회원 트럭 400만 대와 화주 고객 1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윈만만은 장거리 운송 트럭 기사들의 78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올해 4월 중국의 공식 노동조합인 전국총공회(ACFTU)가 물류와 운송 분야를 겨냥해 조합원 가입 캠페인을 벌였다. 이 사실은 중국 정부에 종속적인 공식 노조조차 빠르게 부상하는 물류·운송 분야에서 노동분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이런 노력조차 파업을 막지 못했다.
4월에는 중국 전역에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소형 트럭 운전기사들, 식료품 운송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그밖에도 새로 등장하거나 노조가 없던 산업부문에서 투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소매 금융, 유통, 물류 부문에서도 투쟁이 벌어졌다.
파업에 참가하거나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SNS에 파업 소식을 올리면 중국 당국은 바로 삭제한다. 시진핑은 노동자들의 자력 해방 사상가이자 혁명가였던 카를 마르크스의 탄생 20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했지만, 칭다오에서 열리고 있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트럭 운전기사들의 파업 소식은 꽁꽁 틀어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