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다수인 스페인 새 내각 출범:
부패와 차별에 항의한 대중 운동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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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우파 정당 국민당 소속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 사퇴하고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가 들어섰다.
신임 총리 페드로 산체스는 장관직 17자리 중 11자리에 여성을 임명했다. 내각의 3분의 2를 여성이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양성평등부 장관에는 동성애자 여성이 임명됐다.
많은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페인에서 사회당 정부가 출범한 데는 전임 우파 정부의 부패와 긴축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새 내각에 여성이 다수가 된 데는 올해 3월 8일 무려 530만 명이 참가한 세계 여성의 날 시위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스페인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시위는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과 결합됐다. 노동자 약 200만 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언론
학생들도 시위에 대거 참가했고, 여러 여성단체

사회당 정부의 내각 구성은 대중 운동으로 표출된 여성들의 변화 염원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당 정부가 노동계급 여성을 위한 실질적 개선을 제공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스페인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2016년 기준으로 스페인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 평균 임금의 64퍼센트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임금보다 평균 20퍼센트 적은데, 비정규직의 70퍼센트가 여성이다. 그래서 월급이 1002유로
현재 스페인은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여성 차별의 현실을 개선하고 노동계급 여성들의 삶을 크게 개선하려면 만만찮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당의 전력을 볼 때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사회당은 프랑코 독재가 끝나고 1977년 첫 자유 총선이 실시된 이후 30여 년 동안 스페인 정치를 우파 국민당과 함께 양분해 왔다. 사회당은 1982~1996년, 2004~2011년 도합 23년 동안 집권했다.
집권 기간에 사회당은 스페인 자본주의의 시장 지향적 개혁을 추구했다. 그 핵심은 기업들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한국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민영화, 임금 인상 억제, 연금 삭감,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었다. 현재 스페인의 젊은 노동자 다섯 중 넷은 평생 기간제 신세이고 그중 다수가 여성이다. 이 끔찍한 결과를 낳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바로 1982년 집권한 펠리페 곤살레스 사회당 정부가 시작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도 사회당 정부의 긴축 정책은 계속됐다. 이에 항의해 2011년 스페인 청년들은
사회당은 이번에 부패 척결을 내걸고 정권을 잡았지만, 일주일 만에
고전적 마르크스주의가 지적해 왔듯이, 자본주의는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을 개별 가정에,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여성의 평등한 사회 진출을 어렵게 하고, 여성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조건을 창출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가사와 양육의 대대적 사회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시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고서는 자본주의 국가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 국가의 집행부에 속하게 되는 여성은 노동계급 여성의 현실을 개선하기보다는 체제와 국가의 우선순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 크게 받을 것이다. 사회당이 집권하면 어김 없이 지지자들을 배신해 온 까닭이다.
사회 고위층에 여성의 비율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노동계급 여성의 조건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 그러러면 여성 차별과 긴축에 반대하는 대중 운동이 더욱 성장해야 한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투쟁적 노동계급 운동이 성장할 때 노동계급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