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없는 병역법 헌법불합치 결정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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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대체복무제가 없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한다는 취지다. 국회는 내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
1945년 이후 최근까지 입영·집총 거부로 처벌받은 사람은 2만 명에 이르고, 해마다 500명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그중 대다수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이다.
그러나 2000년대 반전 운동이 크게 벌어진 것과 맞물려서, 병역거부자 처벌이 문제이고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로 매년 수백 명이 감옥에 가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는 대중적 공감대는 넓어져 왔다.
헌재는 2004년, 2011년에 병역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11년 헌재의 합헌 결정 뒤에도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꾸준히 나왔다. 특히, 박근혜 퇴진 운동이 승리한 2017년부터 무죄 판결이 급격히 늘어나 올해까지 급증했다(2015년 5건, 2016년 7건, 2017년 44건, 올해 상반기에만 28건). 체제의 보루 같은 구실을 하는 헌재조차 더는 이를 외면할 수 없었던 듯하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대중의 진보 염원이 재확인된 것, 한반도가 해빙 국면을 맞은 것도 헌재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헌재 결정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체복무제 입법 과정에서 이를 누더기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조선일보〉 등은 의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니라 ‘종교적 병역거부’라고 표현하며 대체복무제 적용 대상자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한다.
헌재는 병역거부자들의 처벌 근거인 병역법 88조 1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2011년 이후 유죄 판결을 받은 병역거부자들이 재심 청구와 형사 보상 요구를 제기할 것을 우려한 듯하다. 지금 감옥에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곧바로 석방되지 못한다. 정부가 이 사람들부터 즉시 풀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