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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의 우경화와 브라질 좌파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노무현의 초청으로 5월 23일 방한한다. 최근 브라질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덕분에 브라질 국내외 부자들과 다국적기업들과 국제 금융기구들은 룰라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반면, 룰라 정부의 지지 세력인 노동자·농민들은 룰라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가고 있다.

룰라는 전임 대통령 카르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 환멸과 반감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토지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권한 룰라는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전임 대통령과 비슷한 신자유주의 개혁들을 추진했다. 2003년 7월 공무원과 교사 노동자 들이 반발했는데도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연금 삭감을 추진했다.

2004년 9월에 룰라 정부는 이런 사이비 개혁을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면서 은행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한 바 있다.

룰라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토지 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그의 주된 지지 기반인 무토지농업노동자운동(MST)과도 소원한 관계에 놓여 있다.

룰라는 집권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전 세계 지배자들에게 찬사를 받았지만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보다 성장이 더딘 실정이다.

그리고 정작 브라질 노동자 대중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룰라는 경제 성장을 기초로 1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공약(空約)이 될 공산이 크다.

오히려 룰라의 경제 정책은 IMF의 가이드라인에 종속돼 있다. 국제 금융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사회복지 확대보다는 외채 상환을 중시한다.

룰라의 우경화는 대외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룰라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에 반대했고 2003년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미국과 대립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의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협상에서는 오히려 미국과 협력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가장 해악적인 일은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하에 브라질 군대를 아이티에 주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룰라 정부의 우경화에 반대하는 흐름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룰라 정부에 참여했던 좌파 장관들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해 사임했다.

룰라의 우경화를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은 사회 기층에 흐르는 룰라 정부에 대한 실망과 우려를 반영한다.

지난해 10월 지방선거 결과는 룰라 정부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매우 모순적임을 보여 주었다.

룰라와 집권 노동자당(PT)은 브라질 전체로 보면 여전히 높은 기대와 지지를 확인했지만 주요 도시들에서는 패배했다. 세계사회포럼이 개최되는 도시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PT 후보 하울 폰트가 패배한 것은 가장 두드러진 사례였다.

하울 폰트의 잘못된 연금 ‘개혁’ 정책과 최저임금 현상 유지, 연금수령자에 대한 과세가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하울 폰트는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당이 수많은 시장 자리를 얻었지만 잃은 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룰라 정부의 우경화는 다른 한편에서 브라질 좌파들에게 재집결의 기회를 주고 있다. 룰라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에서 축출당한 엘레나 엘로이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주의와 자유당(P-SoL)은 하나의 보기일 것이다.

물론 이 당이 급진화하고 있는 노동자 대중에게 룰라와 노동자당이 아닌 진정한 대안으로 떠오를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룰라가 마음을 바로잡는다면 민주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이 많은 만큼, 좌파는 개혁에 대한 기대 때문에 룰라를 지지하는 노동자 대중 속에서 활동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활동에서 공동전선은 여전히 중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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