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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자회사는 덩치만 큰 하청기업”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가 6월 29일~30일 1박 2일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 포인트제 폐지, 자회사로 미전환센터(강서, 마포, 제주) 전원 전환, 유연근무제 폐지, 안전한 일터 등을 요구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협력업체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자회사인 홈앤서비스로 고용했다. 당시 사측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에 발맞춰 “민간기업 최초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구현했다며 생색내기에 바빴다.

6월 2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마친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이 서울역광장을 출발해 종로구 SK본사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그러나 자회사 전환 1년 만에 노동자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자회사는 덩치 큰 하청회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여전히 저임금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규직 신세를 토로한 것이다.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90.9퍼센트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자회사 전환 1년, 여전한 비정규직 신세

사측은 방송·통신 업계에서 최초로 '직고용'을 이뤘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전원 '직고용' 된 것도 아니다. 여전히 하청업체 3곳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대형마트 매장에서 SK브로드밴드 유선통신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직군 노동자들을 다시 특수고용으로 전환하려 하기도 했다. 거기다 과거 협력사의 악덕 관리자들이 자회사 고객센터 장으로 그대로 승계됐다.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심지어 하청업체를 상대로 투쟁해서 얻은 각종 수당이 사라져 임금이 하락한 노동자들도 있다. 임금체계는 기본급 50에 실적급 50으로 초과노동을 강요하는 구조이고, 기본급은 158만 원으로 최저임금(157만 3770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노조는 기존 실적급(포인트제)을 폐지하고, 최저시급 1만 원 수준의 기본급을 지급하라는 매우 상식적인 요구를 해 왔다.

이에 대해 사측은 불안정한 실적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고수했다. 최근에는 주 52시간제 도입을 피하기 위한 꼼수의 일환으로 ‘유연근무제’까지 강요하려 하고 있다. 그 내용은 교대조를 개악해 출퇴근 시간을 달리 하는 4개 조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야간과 주말에도 일을 해야만 하고, 임금도 삭감된다.

안 그래도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비극적이게도 최근 SK브로드밴드 홈앤서비스 노동자가 설치 수리 중 뇌출혈로 사망하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이 노동자들의 투쟁이 성과를 낸다면 온전한 정규직 전환과 조건 개선을 바라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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