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에 항의한 것은 죄가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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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3일. 나를 포함해 당시 국회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 개악에 항의했던 교사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미 1심에서 벌금 10만 원이 선고됐지만 우리는 부당함에 항의하며 항소했다. 최근 국회 앞 집회 금지 조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기도 한만큼 1심 판결의 부당함은 더 분명해졌다. 나는 오늘 서울 남부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최후 변론을 했다. 아래는 내 최후진술 내용이다.
세월호 때도 그랬듯이, 저희 교사들은 언제나 학생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재판에 나오는 저에게 학생들은 많은 걱정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한때 경제적으로 무척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수업에서 유난히 많이 자고 무단 결석이 많았던 학생들이었습니다. 자주 마음 아팠지만, 그 학생들은 공부해도 안 되는 현실과 그래서 앞으로 비정규직 알바 저임금 노동자의 인생임을 부모님의 삶을 보면서 어렴풋이 알기도 했을 겁니다.
막막한 미래로 인해 현실에서 노력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두고, 그들이 잘못이라는 것은 과도한 처사일 것입니다.
2015년 9월 23일에 저희가 국회 앞에서 이야기한 것이 바로 그런 학생들과 우리들의 미래를, 그래서 지금 현재의 삶에 희망과 의미를 찾도록 하라는 요구였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쉬운 해고와 취업 규칙 개악은 가진 사람들은 배불리고, 힘없고 못가진 사람들에게는 더 열악한 일자리를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결국 세월호의 울분과 기업주들을 살린다며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희생시킨 죗값으로 쫒겨났습니다. 그렇게 쫒겨난 죄인의 죄를 물었다는 것이 여전히 죄가 되어 재판받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합니까.
더구나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가 만천하에 드러나 있습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각종 재판은 거래 대상이었고, 전교조 교사들이 해고되고, KTX 승무원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재판 부조리는 드러난 것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거래 대상이 아닌 재판들도 영향을 받아 왔을 것입니다.
이 재판정에서라도 정의는 바로 세워져야 합니다. 지난 1심에서 저희에게 벌금 10만 원이 선고된 것은 벌금 양을 떠나 그것이 범죄로 규정되었다는 것부터가 잘못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국회 앞에서 우리들의 인간다운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평화롭게 해산한 행위가 어떻게 죄가 되어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까. 이는 민의를 반영해 법안을 제정하는 국회의 본질에도 위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헌법재판소에서도 국회 인근 집회금지 조항이 헌법과 불일치한다고 판결한 바가 있습니다.
국회와, 법원은 진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하고 정의를 바로세우라는 평범한 바람을 어기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저희 피고인들 모두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져야 합니다. 저희는 무죄입니다.